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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단상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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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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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문재인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변화의 바람이 각 분야에서 불고 있다. 해외 한인사회와 직접 관련을 갖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 사무처의 지도부가 바뀌고 있고,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이미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또 그간 해외에서도 잘 나간다는 많은 한인들이 자문직을 했고, 그럼으로써 코리안 커뮤니티의 위상이나 구성원의 의식과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남겨 왔으므로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보는 것은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드니에 살면서 전두환 정권 때 출발한 이 기구를 초대부터 현장에서 지켜봐 왔으므로 거의 40년에 가까운 역사다.

두 가지에 대해서만 쓴다. 첫째는 이 기구의 공식 명칭 중 자문(諮問)이라는 말의 적절성이다. 자문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개인이나 특정 기관에 의견을 물음’이다. 그럼 민주평통은 그간 정기적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전체 평통회의나 각 지역 모임, 또는 다른 방식으로 그런 자문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가? 달리 말하면 매 정부는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그걸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거나 수정한 적이 있었나?

필자가 보기에는 민주평통이 박수 부대, 거수기, 어용과 같은 외부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었던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평통은 헌법기관이며 수석 부의장, 사무처장을 포함 현재 알려진 대로 총 2만여 명의 국내와 해외 위원은 이 기구의 의장인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의 위임장을 받는 자리라면 월급이 있든 없든 실질적으로 공무원이 아닌가. 과거 실제를 보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그 외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교포들이 이 자리를 관직으로 생각하고 명함을 박고 다니고, 그걸 하려고 ‘빽’도 쓰는 인사도 있었다.

군대 같지는 않으나 공무원의 1차 의무는 명령 복종이다. 명령을 복종해야 하는 자가 상관을 향하여 무슨 쓴 소리를 한단 말인가. 한다면 부드럽고 달콤한 자문 밖에 할 수 없다. 정부에 예속 되더라도 독립적 기능을 하도록 고안된 기구가 있긴 하다. 그러나 법규가 무어라고 쓰여 있든 한국의 정치사회문화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고 정부의 예산을 쓰는 기구가 실제적으로 정부가 원지 않는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비전문가의 자문?

또 다른 구조적 이유라 할까, 한계는 전문성의 문제다. 어느 분야든 자문 역할을 하겠다면 자문을 할 과제에 대하여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위원들은 그럴 입지에 있지 못하다. 해외에서라면 더 그렇다. 극히 일부를 빼고는 지식산업과는 거리가 먼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남북관계에 대한 정보나 리서치 면에서도 본국에서 보다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평통 사업 계획의 대부분이 서울이나 각 해외 지역 모임에서 전문가들을 초빙 위원들을 가르치고 업데이트시키는 통일정책과 안보 세미나다. 그런 위원들에게 무슨 자문을 구한다는 건가.

한국의 텔레비전에 나와 한반도 문제를 논하는 인사들의 얼굴을 보면 왠 전문가가 이 분야에 그렇게도 많은가 의아해진다. 한반도 평화, 통일, 안보 등의 이름으로 된 연구소, 연구원, 포럼, 센터, 재단, 대부분 대학과 일부 언론사에 설립된 북한학과와 통일연구소의 교수와 언론인과 연구원들 말이다. 정말 통일정책에 대한 자문은 이들로부터 구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나의 생각이라 할까 제안은 이 기구는 헌법기관으로서 자문 기구가 아니라 민간단체로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서포터스 그룹(supporters group)’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이 기구와 관련 그간 불거진 쓸데 없는 시비나 불신은 없어질 것이다. 예산도 줄이고 무성한 악평도 잠재울 수 있다. 서포터스는 원래 어떤 정책이나 운동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는 모임이나 단체이므로 거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탓할 사람은 없다.

우호적, 비우호적 인사

둘째로 해외 각 지역 평통은 본국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다. 해외 한인들은 대 고국 정부 관계는 일차적으로는 한국을 대표하여 나와 있는 공관을 상대로 하게 된다. 그런 연유로 그간의 실제를 보면 대사, 총영사들은 절대 관(官)지향적인 지역 평통을 재임 동안 울타리로 십분 활용하고 떠났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인은 정과 의리로 뭉쳐진 민족이 아닌가. 대사, 총영사가 공관에 우호적인 평통과 다른 단체들을 잘 챙기고 비우호적인 단체나 개인은 멀리 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하겠다. 문제는 우호적, 비우호적의 개념이고, 공관장 자리는 국가의 녹(祿)을 받는 자리라는 점이다. 우호적인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우호적인 말만 듣고 돌아가는 건 나라를 위하는 게 아니다.

오는 9월초 18기 평통 인선이 예정 되어 있다. 이 글이 이 기구기에 새로 몸을 담게 될 인사들은 과연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를 숙고해보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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