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열린 친선대회라고는 하지만 경기는 경기였다. 진 선수들 표정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제2회 한·일 골프 국가대표 친선경기가 개막한 지난 12일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시(市)인근의 다이센(大山) 골프클럽. 이 대회엔 한국과 일본의 아마추어 국가대표가 각각 8명(남자 4명, 여자 4명)씩 출전했다.

이날 포섬매치플레이(각 팀 두 명이 한 개의 볼을 번갈아 치는 것) 8경기가 열려 한국이 2승3무3패로 3.5점, 일본이 4.5점을 기록했다. 13일엔 싱글매치플레이 8경기가 열린다. 1회 대회 때는 한국이 9점(8승2무6패) 대 7점으로 승리했었다.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과 일본의 다케다 쓰네타다 회장 등 양국 골프협회 임직원들은 전날 전야제부터 양국의 골프 성과를 서로 높게 평가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케다 회장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가 여자 금메달을 따낸 것이 대단하다"고 했고, 허 회장은 "마쓰야마 히데키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남자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다"고 칭찬했다.

뜨겁게 경쟁했지만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의 골프 국가대표 선수들도 '절친' 사이였다. 이소미(18)와 사도야마 리리(17) 등 한국과 일본의 10대 골프 국가대표 여자 선수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을 터뜨렸다. 해외 무대에서 자주 만나며 가까워진 이들은 서로에게 양국 언어를 배우고 있었다. 모바일 메신저로 수시로 연락도 주고받는다고 했다. 자동 번역 기능 도움도 받는단다. 이번엔 한국 선수들이 최근에 산 상어, 병아리 무늬 잠옷이 화제가 됐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어로 "귀엽다"고 하면, 한국 선수들이 일본어로 "가와이"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2년 전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제1회 한·일 골프 국가대표 친선경기가 열리면서 자리 잡았다. 당시 양국 골프협회는 외교 관계가 경색된 와중에도 "우정의 화음(和音)으로 분란의 소음을 덮어가자"며 이 대회를 성사시켰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도 이 대회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올해는 한·일의원연맹회장인 한국의 강창일 의원과 일본의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이 축사를 보냈다.

대회가 열리는 다이센 골프클럽은 재일동포 사업가인 최종태 야마젠 그룹 회장이 5년 전 이토추 상사로부터 인수한 명문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에는 양용은이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 우승을 기록하고 받은 트로피(선수 소장본)가 보관돼 있다. 예전부터 최 회장의 후원을 받은 양용은이 트로피를 맡겼다고 한다. 2015년 재외동포로는 처음 대한골프협회 이사로 선임된 최 회장은 "이런 교류가 확산되면 양국을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