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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음식문화
뉴욕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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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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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인의 삶에서 먹는 일은 중요하다. 밥 한번 먹자, 밥 먹었냐, 밥은 먹고 사냐 등 밥은 관계 유지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중요한 메시지를 담는다.

   
 

먹는 일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음식문화는 한류 속에도 여러 가지 차원에서 고스란히 녹아 있다. 드라마에는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장면이 유난히 잦다. 앉는 자리, 숟가락을 드는 순서, 식사의 서빙, 오가는 대화 등 한국인의 가족관계와 일상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젠 먹는 일을 다루는 많은 TV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명동이나 홍대 거리 등 한류 여행자의 방문지엔 길거리 음식이 넘쳐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인기 연예인 부모가 운영하는 음식점이 한류 여행의 순례지가 되었다.

한때 한식을 한류의 차세대 아이템으로 만들어 세계 4대 음식으로 격상시킨다는 무리한 정부 정책이 있었다.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대외홍보가 거금을 들여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전통이 깃든 오색 고명의 럭셔리한 '왕의 비빔밥' 광고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한식의 정체성은 무얼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이고, 한류 콘텐트에서 읽을 수 있듯이 먹는 행위가 구현하는 인간관계와 가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은 비빔밥을 비비지 못하고 덮밥처럼 먹는다.

비빔밥의 아름다운 외양은 잠시, 이것을 흩뜨려 힘 있게 비벼야 하고, 비비는 손맛이 맛을 좌우한다. 비빔밥의 특성은 아름다운 오색 고명이라기보다 드라마 속 삼순이가 하듯 양푼에 열무와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비는 것이다. 파리의 한국 식당에서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파리지엔들을 보는 것이 이젠 놀랍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힘차고 맛있게 양념과 고명을 조절해가며 비빔밥을 비빌 수 있는지, 삼겹살을 쌈으로 입에 몰아넣으며 먹을 수 있는지, 밥을 물에 말아 먹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들은 한국 식당에서 반찬을 리필해 주는 데에 놀라지만 계층을 가리지 않고 마시는 소주, 술들을 섞어 마시는 일종의 '마는' 문화, 이렇게 먹고 마시는 행위의 관계와 맥락에는 열광한다. 한류를 관찰하며 알게 되는 한국 음식문화의 핵심은 뭘 먹는가보다 먹는 행위와 이에 담긴 인간관계다. 한국 음식은 시각적이라기보다 촉각적·청각적이고 관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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