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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능력 시험' 열풍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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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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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배 / 논설위원

   
 

외국인들의 방송 출연이 부쩍 늘었다. 오락 프로에 나와 한국말을 하는데 어떤 경우는 우리보다 더 조리 있게 말을 한다. 한 방송인은 같이 출연하는 미국인을 가리켜 "내가 모르는 우리말 단어도 쓴다. 그 앞에선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과거엔 한국어 관련 학문을 해야 한국어를 썼지만, 요즘은 한국 온 적도 없는데 우리말을 꽤 잘한다. 어려서부터 한국어 배울 기회가 그만큼 많아서다. 초·중·고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된 나라가 26개국이나 된다.

▶외국인들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토픽(TOPIK)이다. 1997년 첫 시험을 치를 때만 해도 응시자가 별로 없어 썰렁했다. 아시아권 중심으로 2500여명이 응시했는데 한국인과 결혼하는 이민자나 재외 동포가 대부분이었다. 그 시험 응시자 수가 지난해 25만명으로 뛰었고 올해는 3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20년 만에 1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시험장도 73국, 268도시로 확산됐다. 태국에선 내년부터 우리 수능에 해당하는 대학 입시에서 한국어가 선택과목이 된다고 한다.

▶한류(韓流) 영향이 클 것이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나 가요 즐기려고 한국어 공부하는 10대가 꽤 있다. 몇 년 전 영국의 한 학생은 한국어 발음이 잘 안 된다며 혀 수술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류 덕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한국어 잘하면 취업 잘되고 승진에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어느 유통 회사는 한국어 능통자에게 월급을 2배까지 준다고 한다.

▶올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 부정 사고가 발생했다. 소형 무전기를 이용해 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커닝하다 20여명이 걸렸다. 한국에 기술 연수 오려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나라에 한국어 점수 올려주는 브로커가 생겼다. 우리가 과거 영어 시험에 매달렸듯 한국어 시험에 목숨 거는 것이다.

▶지구상에 4000~5000가지 언어가 있다고 한다. 이 중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7700만여명, 열두째로 많다. 한국어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채택한 '10대 국제어'에도 꼽힌다. 한국어를 기록하는 한글은 창조자와 창제 과정, 완성돼 공포된 날이 기록으로 명확히 남아 있는 유일한 문자다. 그만큼 자랑스럽다. 외국에선 한글과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고 있는데 막상 그 모국(母國)의 언어생활은 말이 아니다. 어법과 맞춤법에 맞지 않는 말과 글이 범람한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는 막말과 욕설, 무슨 뜻인지 모를 단어와 표현이 어지럽게 오간다. 오늘은 571돌 한글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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