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12.12 화 17:28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10월 22일 이후의 일본
동아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0.1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장원재 / 도쿄특파원

   
 

2년 전 이맘때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일본 국회의원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기행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쳤던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참의원 의원이다.

당시 그는 염주와 상복 차림으로 국회에 등장해 투표함까지 천천히 걷는 우보(牛步) 전술을 폈다. ‘자민당이 죽은 날’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아베 총리를 향해 분향 포즈를 취했다(그의 분투에도 결국 안보법안은 통과됐다). 유명 배우 출신인 그는 한국 영화에 출연했고, 재일동포를 다룬 영화에 여러 번 나온 지한파다.

최근 한 모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현재 군소정당인 자유당 공동대표인 그는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동대표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의원이 최근 ‘희망의 당’을 창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지사 측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 의원은 “고이케 지사는 시대 흐름을 읽는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다. 그와 손잡고 일단 아베 정권을 끌어내려야겠다는 기분도 이해한다”면서도 “독(毒)으로 독을 제어하자고 하는데, (대체수단으로 등장한) 그 독이 더 심한 것이면 어떻게 되느냐”고도 했다. 고이케 지사의 역사수정주의적 언행을 지적하면서 “결국 근본은 아베 총리와 같다. 선거 후 양대 정당이 극우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자유당이 희망의 당에 흡수되면 무소속으로 돌아가든가 새 정치세력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이케 지사는 며칠 후 “외국인 지방 참정권에 반대하고 개헌에 찬성하는 후보만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헌과 달리 외국인 지방 참정권 문제는 당면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온 재일동포 사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적 풍향에 예민한 고이케 지사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외국인 참정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선거 전략상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에 점차 차가워지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읽은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도지사 선거 때 ‘한국학교 증설 반대’를 약속해 표를 얻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외국인 지방 참정권 부여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자민당을 포함한 연립정권에서 합의했을 정도로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던 사안”이라며 씁쓸해했다. 고이케 지사 역시 1999년 8월에는 중의원 관련 특위에서 참정권 부여안에 대해 “간사이(關西) 지역에는 많은 영주 외국인이 생업을 영위하며 세금을 내고 있다. 제안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었다.


고이케 지사의 횡포와 우익 성향에 질린 민진당 의원 일부는 신당을 결성했다. 보수의 국가주의 노선에 반대하고 호헌(護憲) 신념을 지켜 온 리버럴 세력이 ‘고이케 지사와는 같이할 수 없다’며 ‘입헌민주당’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과거 민주당 시절의 실정(失政)과 혼란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이 표를 얼마나 줄지는 미지수다.

한 일본인 지인은 기자에게 “이번 중의원 선거(22일) 이후 일본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보수 우익 양당 체제가 출범하면 일본의 리버럴 세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개헌을 비원(悲願)으로 삼아 정치를 해 온 아베 총리가 고이케 지사에게 손을 내밀며 평화헌법을 바꾸자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금 일본의 분위기라면 정치권에서 누구도 이를 멈출 수 없다. 이번 선거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