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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日서 성공한 비결?…배짱과 신중함 반씩 배운덕"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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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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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 기자

日서 사업하며 느낀건 韓·日 무척 다르다는 것 문화차이 이해해야 성공
10년전 6차한상대회때 참석 약속한 盧대통령 다른일정 생겨 못온다기에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담판…일정 미루고 참석해줘
韓·日 양국 이해 증진하려 친선골프대회 매년 열어

◆ 제16차 세계한상대회 D-1 / 6차 한상대회장 출신…최종태 日야마젠그룹 회장 ◆

   
▲최종태 야마젠그룹 회장이 일본 요나고시 다이센골프클럽에서 코스 주변에 공들여 가꾼 적송(赤松) 숲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다이센골프클럽]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나라 일본. 그곳에서 한국인임을 고집하면서 거상(巨商)이 된다는 것. 그 고난의 도정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최종태 일본 야마젠(Yamazen)그룹 회장을 만나는 순간 의표를 찔렸다. 그의 이력을 보고 막연히 짐작해온 '강한 남자' 이미지가 한눈에 반전됐다.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는 '웃는 얼굴'과 호리호리한 체구가 경계심을 무너뜨렸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가 쥔 '승부의 열쇠'인지도 모르겠다.

◆ 6차 한상대회 때 문재인 비서실장과 담판

그는 2007년 부산에서 열린 제6차 세계한상대회에서 대회장을 맡았다. "대통령이 한상대회를 찾은 것이 6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오시기로 했다가 청와대에서 참석하기 어렵게 됐다는 연락이 왔어요. 김해공항 오프닝 행사에 가셔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청와대로 가서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을 만났지요. 최고 권부에 가니까 긴장되긴 합디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김해공항을 꼭 그날 오픈해야 하는가. 남자가 한 번 약속하면 지켜야 한다. 한상들이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지 않으냐'고 따졌지요. 결국 김해공항 오픈을 하루 미루고 노 대통령이 오셨어요."

서글서글한 호남(好男) 이미지와 달리 집요한 강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다이센(大山)골프클럽의 인수와 운영이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伊藤忠)상사가 보유하고 있던 47년 역사의 다이센골프클럽은 일본 2400여 개 골프장 중 30위권 명문 골프장이다. 다이센오키국립공원을 바라보는 코스 설계로 일본에서 가장 경관이 수려한 골프장으로 꼽힌다. 게다가 반한(反韓) 감정이 두드러진 시마네(島根)현과 인접한 돗토리(鳥取)현 요나고(米子)시에 위치해 있다.

클럽 회원 성향을 보더라도 한국인에게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는 25세 때부터 일본 청년회의소(JC) 활동을 하면서 쌓아온 이토추상사 임원들과의 인연을 물고 늘어졌다. 3년여 끈질긴 협상 끝에 2013년 주식 86%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 日 골프장에 태극기·일장기 게양

인수 과정만큼 운영도 난관이었다. 최 회장은 "큰 행사가 있을 때나 한국 귀빈들이 오면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게양하고 있어요. 예상대로 일부 회원이 찾아와 버럭 화를 내면서 회원권을 팔아치우겠다고 반발하더군요. 상관 안 했어요. 골프 치고 싶은 사람만 오라고 큰소리쳤어요. 마음으로는 다이센을 반드시 일본 10대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세웠지요. 다이센의 자랑인 적송(赤松)을 가꾸는 데 거액을 투자했어요. 지금도 끊임없이 하고 있고요. 코스와 서비스를 정비해 20대 골프장으로 뛰어오르니까 투덜거리면서도 다들 오더군요. 하하하."

최 회장의 골프 사랑은 어머니 고(故) 권병우 여사가 심어줬다. 권 여사는 재일거류민단 부회장 겸 재일대한부인회 대모 역할을 한 여장부다. 젊은 시절 일본으로 건너와 효고(兵庫)현에서 운수업을 일으킨 남편 고 최맹기 회장의 히라야마운수를 물려받아 키우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학창 시절 오사카 대표로 뛸 만큼 축구에 소질을 보였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전국체전 출전이 무산되면서 귀화 유혹을 받고 있던 그에게 어머니가 골프채를 쥐어줬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반드시 골프를 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골프는 그에게 세상의 무서움을 깨닫게 하고 승부근성을 날카롭게 갈아줬다. 20대 초반 필드에 나선 지 1년 만에 선배들과 내기 골프를 했다가 속임수에 말려 사업 밑천 50만엔을 날리게 된다. 그 후 1년 동안 프로골퍼를 강사로 초청하고 주요 골프장과 골프코스를 탐구하면서 절치부심해 내기골프의 모든 기량을 연마했다. 결국 그 선배들에게 다시 내기를 신청해 잃은 돈의 4배가 넘는 230만엔을 따냈다. "얼마나 약이 올랐던지 그때 딴 돈을 전부 선배들에게 던진 뒤 욕을 하고 나와 버렸어요."

사업가로서 승부사 기질이 얼마나 독한지 엿보게 하는 일화다.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운수업을 기반으로 고향인 고베와 오사카, 교토 등지로 활동 무대를 넓혀 야마젠흥산을 세우고 파친코업, 부동산업, 컨설팅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 한일 국가대표 친선골프로 교류

   
▲한국과 일본 프로골프 친선대회를 2회째 개최한 최종태 회장이 클럽하우스 내에 걸려 있는 골프대회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다이센골프클럽]

사업에 있어 골프는 세상을 이해하고 교분을 다지는 학교였고 어려운 결단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프로골퍼들을 헌신적으로 후원하는 것도 골프를 통해 얻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 여자골프계를 주름잡았던 고 구옥희와 고우순을 비롯해 일본 시니어투어에서 활약중인 김종덕, 그리고 최경주와 양용은, 허석호, 장익제, 박성준 등 남자프로골프 간판스타들이 모두 그의 지원을 받았다. 여자보다 남자골퍼들에게 애정을 쏟은 이유가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여자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남자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해서 안타까웠지요.”

다이센 골프장 운영도 수익이 목표가 아니라고 한다.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겨울철 휴장기간이 길어요. 그래도 하루에 50팀만 받고 있어요. 물리적으로는 70~80팀도 가능하지만 고객이 오래 기다리면서 스트레스받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접대골프를 그렇게 하면 비즈니스가 되겠어요? 그래서인지 좋은 손님들이 많이 오고 있어요. 골프장 운영은 돈보다 명예를 위해서지요. 한국인이 소유한 골프장이 일본의 최고 골프장이 된다는 것, 멋지지 않습니까?”

최 회장은 골프장 운영을 통해 사업 철학을 가다듬는다고 했다. “길게 내다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골프장은 결국 코스에 달렸어요. 클럽하우스에 공들이는 골프장도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골프장 평가순위를 당장 끌어올리려면 메이저 경기를 여는 것이 유리하지요. 여자 메이저 타이틀이 4개 정도 있는데 여러 번 개최 제안이 들어왔으나 거절했어요. 방송 중계를 위해 골프장 안에 있는 나무를 자를 것을 요구해 왔는데 골프장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지요. 당장의 성과에만 연연하면 골프장 뿐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갈수록 경색돼가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양국이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긴 안목으로 일관성을 견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듯하면서 판이하게 달라요. 단적인 예가 장례식이예요. 한국은 대형 병원에 장례식장이 있는데 일본에는 전혀 없어요. 장례식장이 병원에 붙어 있는 것을 불길하게 여기기 때문이지요. 반면 일본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영정과 함께 시신이 안치돼 있어야 해요. 조문은 고인을 볼 수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는 거죠. 장례식만 아니라 누군가 죽은 후에는 지난 일은 잊자고 하는 것도 큰 차이예요. 한국은 그렇지 않지요. 죽음과 과거를 대하는 인식의 차이, 그리고 한번 약속을 하면 꼭 지켜야한다는 원칙에 대한 자세도 달라요. 양국 갈등을 일으키는 위안부 보상 문제도 그래요. 문화 차이를 염두에 두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그가 다이센클럽에서 한일 골프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양국의 교류와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다. 친선이라는 표현이 붙긴 하지만 양국 160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빅이벤트다. 상금 800만엔을 걸고 승부를 겨뤄 2015년 1회 대회는 한국이, 올해 2회 대회는 일본이 우승했다.

진부한 질문이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을 물었다.

◆ 한일 기질 반씩 섞으면 세계 최고 기업 될 것

“대표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를 보세요. 도요타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도 그렇지만 아무리 돈을 벌 수 있어도 다른 업종을 침해하지 않아요. 내가 운수업에 이어 여러 업종에서 기업을 키워나간 데도 대기업 자본이 중소기업 상권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게 유리한 조건이 됐지요. 일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도 그 덕분입니다.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기업 임직원들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회사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점입니다. 기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한국과는 다른 일본만의 장점이 도움이 된 것을 부인할 수 없어요.”

일본 기업들의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일본 기업들은 돌다리를 두드려보고도 안 건너려고 할 만큼 신중해요. 한국인들은 정반대라서 놀랄 때가 많아요. 과감하게 시도하는 배짱이 있어요. 세계 비즈니스 업계는 갈수록 빠른 의사결정과 적응력이 중요해지고 있잖아요. 한국과 일본의 기질을 반씩 섞으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것 같아요.”

최 회장과의 인터뷰는 취재팀이 지난달 일본 현지를 찾아가 그가 땀 흘려 가꾸고 있는 다이센 골프장에서 진행했다. 그가 대회장을 맡은 후 10개년을 이어오면서 25일 개막하는 제16차 한상대회를 바라보는 소회는 어떨까.

“부산에서 제6차 한상대회를 연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그 사이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어요. 한상도 이미 한 세대가 지나가고 다른 세대가 주축이 됐다는 뜻이지요. 요즘은 세대교체도 빨라져서 3~4년이면 벌써 다른 세대가 올라오지요. 한상대회도 이제는 색깔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한상의 주축이 되는 비교적 젊은 세대가 50대예요. 우리 세대와 달리 학구열이 대단하고 정보와 지식을 상당히 빠르게 습득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대학교수나 전문가가 와서 몇 시간 동안 강의하는 것 보다는 현실적인 비즈니스 얘기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자기가 사업하는 나라에서 어떤 사업이 통하는지, 최신의 사업 정보가 뭔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더 늘리고 더 활성화시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왕 한국에 온 이상 식사 메뉴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제공한다든지 그래서 한상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원로 한상으로서 역대 대회장 모임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역대 회장 모임을 만드는 것은 한상대회 업그레이드에 도움이 될겁니다. 역대 회장들이 모인다면 무슨 얘기하겠습니까. 후배 한상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우리가 도울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겠어요. 그러면 한상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한상대회를 한국에서만 개최할 것이 아니라 2년에 한 번 정도씩 세계 주요 거점 도시 돌아가며 여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최근 차세대 한상들끼리, 젊은이들끼리 자주 모인다고 하는데 무척 바람직한 일이죠.”

■ He is…

△1952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 출생 △1975년 오사카상업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한국효고청년회의소(재일JC) 회장 △1988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 부회장 △1996~2002년 효고한국상공회의소 의장 △1998년 효고현 한일친선협회 부회장 △1995~201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2003년 한국체육대학 명예박사 △2005~2011년 재일한국상공회의소 회장 △현 야마젠그룹 회장, 대한골프협회 해외이사, 다이센골프클럽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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