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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축제와 민족문화의 전승
정음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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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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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호 / 절강대 한국연구소 부교수

   
 

근래에 각지에서 여러가지 민족문화축제 개최에 관한 반가운 소식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단오축제, 류두절, 진달래축제, 농부절, 김치축제, 고추축제 등 다양한 축제행사들이 개최되어 도시화시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민족문화를 체험하고 모처럼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고 있다.

축제는 인류사회에서 고대부터 전래하여 온 기념행사이다.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로서 흔히 종교의례에서 기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축제에는 여러 가지 유형들이 있다. 산신제, 기우제 등 마을 신앙과 관련된 축제가 있는가 하면 두레놀이, 동제, 마을제 등 마을 공동체의 단합과 유지를 위한 축제, 인생 통과의례와 관련된 축제, 단오제 등 주기적 순환축제들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조선족 조상들이 조선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하면서 이러한 다양한 축제의 전통들을 지니고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특히 농업호조조직인 두레, 황두가 1950년대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모내기와 김매기가 끝난 후 진행되는 두레놀이, 풋굿이나 호미씻이는 전승되어 온 것으로 보여진다. 농업 집단화정책의 실시와 농업호조조가 건립됨에 따라 전통적인 노동호조조직인 두레, 황두, 품앗이 등은 사라지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축제들도 사라지게 된 것 같다. 다만 이에 대한 기록들이 남아있지 않아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다.

조선족사회에서 마을축제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진 행사는 운동회였다. 1912년에 룡정 대교동에서 제1차 간도학생운동대회가 열렸었고 1913년 단오에는 32개의 조선인사립학교에서 국자가 모래사장에서 연합운동회를 개최했다. 이후부터 해마다 단오절에 종합적운동회를 개최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특히 축구경기는 가장 인기 있는 경기로서 주로 민족의 명절인 단오와 추석에 각 마을에서 개최되었다. 마을간 경쟁이 심하여 도시와 학교의 우수한 선수들을 초빙해오기도 했다. 이렇듯 마을을 기본단위로 하는 축제와 운동회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이주지에서 마을주민들의 통합과 새로운 공동체를 확립하고 지역정체성을 재정립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조선족사회에서 운동회는 매우 활발히 진행되게 되었다. 단오절, 추석 등 전통명절 혹은 여름 농한기를 이용하여 마을, 향, 현 등 여러 행정별 조선족 운동회, 씨름경기, 축구경기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인민공사화전, 혹은 1960년대 중엽까지 조선족운동회가 개최되었다. 이러한 운동회는 단순한 스포츠경기 행사만은 아니었다. 개막식에서 악대, 단체무 등 문예공연이 진행되었고, 경기종목으로 널뛰기, 그네뛰기, 조선장기, 씨름 등 민족전통놀이들이 진행되었다. 운동회는 1980년대에 다시 회복 되었으며 지역 민족사회 최대의 연중행사의 하나가 되었다. 조선족운동회는 조선족사회의 대표적인 민족행사로서 전통문화의 전승과 사회 문화적인 통합 기능을 수행하였다. 민족문화를 전승하고 지역 조선족사회의 연대감을 강화함에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집단의식을 고취하여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하였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하여 1990년대에 이르러 단순한 조선족운동회로부터 민속운동회, 민속축제 등으로 명칭들을 바꾸어 개최하게 되였다. 1990년대 이후 지방정부들의 지지 하에 민족축제는 새로운 발전을 이루게 되였으며 여러 가지 유형의 축제들이 나타났다.

현재 이루어지는 민족문화축제는 지역적으로 동북조선족 전통집거지와 산해관이남 연해지역으로 나눌 수 있고 주관기구도 지방정부와 조선족단체로 나눌 수 있다. 동북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축제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창출 등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지방정부가 전액 혹은 대부분의 축제비용을 지원한다. 연해지역의 경우, 정부의 인가를 받으나 재정지원 없이 민간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로 북경, 청도, 심천 등 새로운 도시 집거지역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경제활동보다는 지역 조선족사회의 친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축제의 내용들을 보면 대형문예공연, 지역 단체들의 집체무용, 무형문화재공연, 씨름, 그네, 윷놀이, 널뛰기 등 전통적인 민속놀이와 전통음식 등이 주요한 행사가 되고 있으며 노래자랑, 스포츠경기, 문화포럼 등 행사들을 진행하는 지역도 있다.

전국 각지와 한국, 일본에서까지 진행되는 민족문화축제는 도시화,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배경하에 조선족들이 전통문화를 체험, 전승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문화축제에서 전통적인 집체무용, 전통유희, 전통음식, 전통한복, 무형문화재공연 등 다양한 민족문화들을 선보임으로써 조선족들이 도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피부로 전통문화를 느끼게 된다. 민족문화축제의 다양한 행사의 준비, 직접적인 참가를 통하여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민족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나가게 된다. 지역 조선족사회가 차세대들을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차세대들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민족문화전통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고 정서적으로 동화할 수 있다. 체험과 참여를 통하여 단절된 전통을 이어가는 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화축제는 민족문화를 전승하고 조선족으로서의 문화적 자각을 실현하는 중요한 행사가 되고 있다. 동북지역 조선족 전통집거지의 인구가 날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문화축제의 개최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지역 조선족사회의 민족문화를 전승하는 대안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행사에서 다른 지역의 문화단체들을 초대하고 외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역출신 주민들을 초대하는 등 오픈된 행사를 조직함으로써 연대감을 강화하고 지역 조선족사회의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기타 민족 지역주민들도 참여하는 오픈된 행사로서 지역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교류를 추진하고 상호 이해와 믿음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할빈시 조선족민속문화축제, 길림시 조선족민속문화축제 등은 2013년 제10회 중국 예술축제(藝術節)에서 행사부문 “뭇별”상을 받음으로써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문화행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두만강 문화관광축제, 장백산 진달래국제문화관광축제 등 축제는 도문, 화룡 나아가서 연변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하였으며, 류두문화절도 녕안을 대표하는 축제로 되었다.

민족문화축제의 지역경제, 조선족사회에 대한 구심점 역할 등으로 인하여 여러 지역들에서 경쟁적으로 민족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특색이 있는 문화축제를 개최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민족문화축제의 개최에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여러 지역의 축제내용들이 대동소이하고 지역특색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역 조선족사회가 스스로가 즐기는 축제거나 지역의 전통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 축제라기보다는 관광객유치와 경제활성화, 혹은 단순한 조선족간의 친목을 위한 축제로 자리매김 되기 쉽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축제들의 주된 목적들이기도 하다. 다만 민족문화축제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하여 놀이, 민족문화전승, 지역경제활성화 등 기능들을 강화함과 아울러 지역 특색 살리기가 필요하다. 타 지역에 없는 지방성 지식들을 살려내어 행사내용에 포함시킴으로써 지역문화발전의 촉매역할을 하게 하여야 한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족사회가 벼농사와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동질화된 발전의 길을 걸어왔기에 지역적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통적인 집거지 뿐만 아니라 북경, 청도, 상해 등 연해지역을 포함하여 지역사회의 민족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하여 민족문화축제를 포함한 지역문화행사들에 새로운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전승과 새로운 문화의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시대 조선족사회의 문화적 자신감 확립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이를 위하여 민족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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