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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닥친 북핵 ‘진실의 시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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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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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 논설위원

실낱 희망마저 저버린 북한도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 말아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평화올림픽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가장 가슴이 쓰렸을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지난 9월 이후 북한의 침묵이 70일 넘게 이어지자 이번에는 뭔가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가졌던 기대와 희망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기간 중 문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기울인 정성은 평가해줄 만하다. 사드로 냉각된 한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미래의 안보주권을 훼손하면서까지 ‘3불(不)’을 공식화하고,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하자는 미국의 요구도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국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중국의 힘을 빌려 중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외교 공간을 넓혀보자는 뜻일 것이다. 굴욕적이라는 사드 합의는 이런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국은 우리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전세계가 주목한 중국 특사의 북한 방문은 김정은 면담 불발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끝났다. 그 원인으로 비핵화에 대한 현격한 입장 차이를 내세우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특사가 문전박대를 받은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 북한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던 과거와 달리 베트남, 라오스 다음 마지막으로 방북 일정을 잡은 것이나, 특사의 격을 대폭 낮춘 이유부터가 수상했다. 중국 정부가 밝혔듯이 북한에 들어가는 날까지 김정은 면담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그걸 특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북한을 설득하려는 중국의 중재 의지가 처음부터 확고했다면 결과는 아주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만 제대로 헛물을 켠 셈이다.

중국의 속셈을 꿰뚫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드 합의 논란도 특사 해프닝과 비슷하다. 3불을 공개 표명하면서까지 합의를 한 취지는 사드 문제는 뒤로 미루고 한중관계를 우선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문이 나오기가 무섭게 중국의 사드 공세는 더 거세졌다. 경제보복 차원을 넘어 우리의 안보까지 무장해제시킬 듯한 기세다. 사드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안보주권이란 태도를 굳건히 견지했다면 ‘사람 살려주자 가방 내놓으라’는 식으로 중국이 오만하게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약한 고리가 하나 더 있다. 평창올림픽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의 여건을 조성해 북한을 참가하게 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 북핵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 시 주석의 평창 방문이 안보정세를 뒤집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외교의 모든 것을 거는 듯한 자세는 찬성할 수 없다. 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의 상징이지만, 위장 평화의 구실로 올림픽 정신이 오용된 사례도 적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단적인 예다. 올림픽 개최로 국제사회의 환심을 산 아돌프 히틀러는 3년 뒤 체코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대전을 일으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티베트 분리독립 시위에 대한 당국의 대규모 유혈진압을 정당화한 사례다. 이번 ICBM 발사 성공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로 오륜기를 앞세운다면 평창올림픽도 오욕의 올림픽이란 불명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집토끼와 산토끼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습성이나 체질은 전혀 딴판이다. 유전자도 달라 서로 교배할 수도 없다. 집토끼(미국)와 산토끼(중국) 모두를 잡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 듯 하지만 지금의 한미ㆍ한중 관계를 보면 산토끼는커녕 집토끼마저 놓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미사일도 “ICBM급의 장거리 미사일”이라며 미국, 일본과 다른 평가를 내렸다. 북핵 해법에 대한 한미 간의 근본적인 인식 차를 재삼 확인해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의견차가 용인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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