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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의 향기, 잇바디 돌김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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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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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자 / 수필가

   
 

오늘 뜻밖에 소포를 받았다. 초중고 때 친구는 강추위 전에 잠시 생산되는 돌김을 사먹으며, 문득 미국에 사는 내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예쁜 카드 속에는 수년 전 내가 보낸 작은 선물들에 대한 고마움과 최근의 내 약해진 건강을 부탁하고 있었다. 오래전 처음 수필집을 냈을 때, 긴 세월 소식도 모르고 지냈던 친구가 고향에서 베풀어준 정에 나의 작은 마음을 표시했던 것인데, 오늘은 그녀의 소포 선물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아무튼 서로의 오고가는 정으로 행복한 아침이었다.

우리 속담처럼 나는 '되로 주었다가 말로 받았다.' 친구 말대로 고향의 맛을 상상하며 소포상자를 열 때 내가 오랜만에 '오메, 오메, 오메'라고 사투리를 연방 말했더니 딸은 재미있다며 사진기를 들고 나왔다. 친구는 요즈음은 초등교사 은퇴하고 집에 온 손자 손녀를 돌보느라 고향에서 사람 냄새 풍기는 대가족이다.

한국전쟁으로 가난했던 우리들은 겨울이면 어쩌다 먹는 김 한 장으로 밥 한 그릇을 먹었다. 나는 포장지를 열며 '곱창돌김'이라는 말이 생소해 알아보았다. 김 자라는 모습이 이가 쭉 박힌 '치열' 같고 동물의 창자처럼 생겨 붙인 이름이란다. 순수한 우리말로 '잇바디' 돌김은 한국산 토종이다.

날마다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거대한 바다가 오염되지 않도록 맑은 자연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 태풍이 지나간 후 뒤엎어진 갯벌을 이용하는 이로움도 있지만, 지구의 이상기온으로 수온이 높아지면 김 양식을 할 수가 없다. 화학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에서 무얼 양식하여 또 안심하고 먹을 것인가.

고국에 살 때도 나는 영상으로 채발 벽 위로 풀처럼 된 김 재료를 한 장씩 발라 말리는 정성에 무척 놀랐었다. 그동안 김 종자의 80 퍼센트는 일본에서 수입하였는데, 2012년부터 모든 해조류에 로열티를 지불하게 되니 전라남도 해양수산국과 어민들이 분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1922년경부터 완도지역에 해태어업조합이 설립되었다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어업유산은 해양 경관은 물론 생태계, 전통어업, 해양문화 등 어촌의 중요한 가치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보전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지정되었다. 첫해인 2015년에는 제주 해녀어업, 보성의 꼬막을 채취하는 뻘배어업, 경남 남해의 멸치잡이인 죽방렴어업이. 2016년에는 신안 갯벌 천일염업이. 2017년엔 완도 지주식 김양식어업이 지정되었다.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관리 보존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아이들이 현장에 나가 김 양식도 체험하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면 어떨지. 개개인의 창조적인 노력과 함께 스스로 정직하고 바른 사람으로 되어가는 과정은 우리 자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교육일까.

요즘 우리 집 식탁은 날마다 김 파티다. 서남해안의 바다 향기가 은은히 흐르는 돌김을 살짝 구워 꼭꼭 씹는다. 어촌 사람들의 주름진 얼굴과 구슬땀을 생각하며 더욱 잘 사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염원한다. 종종 미국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한국산 도시락용 김이 나오면 일부러 광고하려고 카트에 싣고 우리는 매장 안을 한동안 빙빙 돌다 계산대로 나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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