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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국어 표기도 중요한 지적 문화다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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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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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시드니에서 오래 산 이른바 구포지만 일상생활에서 새로 마주치는 불편한 경험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에는 우리 이름(First Name)의 영문 표기법 관련이다. 한국어 고유명사, 때로는 보통 명사 발음을 영어로 바꿔 쓰는 걸 로마자 표기(Romanise, Romanisation)라고 한다. 사람 이름에 관한 한 이게 한국만큼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나라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 지인을 위해 사진이 들어 있는 신분증카드(Photo ID Card)을 내려고 구 자동차 등록사무소(Motor Registry, 지금은 NSW Services라는 관청에 통합되어 있음)에 함께 갔었다. 호주에서는 한국의 주민등록처럼 보통 쓰이는 게 자동차면허증이다. 면허증이 없이 다른 아이디카드 하나로 무난할 수 있으나, 사진이 있는 자동차면허증과 맞먹는 것을 갖고 싶다면 이 카드다.

매큔-라이샤워 시스템

이 지인의 이름은 김갑동(가명)이다. 이걸 한인들이 영어로 하겠다면 Kapdong Kim 아니면 Kap Dong Kim의 두 가지 방법이 보통이다. 이때 이름을 두 발음으로 띄어 쓰게 되는 이유는 한국 이름은 대부분 두 한자 또는 두 음절 (Syllables)로 되어 있어 그렇다. 그런데 이 상황을 잘 모르는 영미인들은 가운데 글자(위 경우 Dong)를 서양식인 중간 이름(middle name)과 혼동하기 쉽다.

이 신분증카드 신청 때 보여야 하는 서류는 신청서 말고 여권과 신분을 증명하는 다른 한 가지 카드(메디케어카드 또는 팬션카드 등)다. 김갑동 씨의 경우 문제가 된 것은 여권에는 쓰인 이름은 ‘Ka pdong Kim’이고 다른 카드는 ‘Kap Dong Kim’으로 되어 있는 불일치였다. 한국 이름은 그렇다는 설명을 해도 불통이다. 이 직원이 특별히 까다로워 그런 것인지 다른 곳에 가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 문제는 어느 쪽이 됐든 일관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Kap Dong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Kapdong으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지금처럼 저마다 다르게 쓴다면 불필요하게 외국인들을 혼란시킬 뿐만 아니라 어느 단계에 가서는 상대 기관 쪽에서 실수로 Kim Kap, Kap Kim, Kim Dong Kap, Dong Kim Kap 등으로 만들어버리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어제 발견한 건데 여기 데일리 텔레그프(31일자) 국제면에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김정남 기사가 실렸는데 처음 Kim Jung Nam이라고 해놓고는 계속 성씨((性, Surname)를 Nam이라고 써 나갔다. 내 이름 영어 표기는 ‘Sam-o Kim’이다. 이름 가운데 하이픈 (hyphen)을 삽입하는 이 방법은 1937년 한국인을 위해 두 미국 학자가 고안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McCune-Reischauer Romanization system)을 따른 것으로 내가 한국의 두 영자신문에서 일할 때와 겸직인 서울 특파원으로 외국 매체에 기고할 때 일관되게 써와 지금도 그걸 고집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병원 등 기관과 단체에 찾아가 써내는 신청서의 이름과 주소란은 정해진 박스에 글자를 집어넣게 되어 있는데 하이픈을 못보거나 이해 못해 ‘Sam-o Kim’이 ‘Sam Kim’으로 바뀌어 입력되기 일쑤다. 여권 기록대로 ‘Sam-o Kim’으로 일일이 찾아가서 고칠 수 있으나 그대로 살고 있다. 하이픈을 사용하는 방법은 어느 게 성이고 이름인지를 쉽게 식별해주는 이점이 있다.

한국 이름 영어 표기의 혼란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말이 나온 김에 더 확대해서 따져 보고 싶다. 우선, 성만 해도 같은 이(李) 씨, 박(朴) 씨는 발음과 성씨가 똑 같은데도 Lee, Rhee, Yi와 Park, Pak등이 있다. 2000년도 정부가 머큔-라이샤워 표기법 대신 새로 제정 공포한 방법에 따라 Pusan은 Busan, Panpo는 Banpo, Kimpo는 Gimpo로 바뀌었다. 그런 식이라면 박씨는 Bak, 강(姜) 씨는 Kang이 아니라 Gang이 되어야 한다. 그 많은 성이 전부 그런 식이다. 성뿐 아니라 이름도 그렇다. 똑 같은 한자인대도 별의별 표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의 예

같은 한자를 쓰는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일본 성인 Tanaka(田中), 이또(伊騰), Ishikawa(石川)는 언제나 누구든 똑같다. 이름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별로 없다. 자기 이름을 굳이 자기 스타일로 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 그것도 아니다. 연구와 정책에 따른 지침, 논의, 교육 어느 것도 없어 각자 알아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의 다른 분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Please stop confusing me (제발, 헷갈리게 하지 말아요)라는 짜증스러운 불평을 듣게 되기 딱이다.

자기 나라의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와 그 외 중요한 사건과 개념의 외국 표기법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는 것 자체가 지적 문화이며 민족의 우수성과 역량을 잘 나타낸다. 국제문화홍보는 나가서 막대한 돈 쓰며 행사만 벌이면 되는 게 아니다. 외국인이 이런 언어의 난장판을 알면 그 문화를 높게 보겠나.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이 표기법 때문에 애를 먹는다. 한국어 로마나이스 (한국어를 영어로)뿐만 아니라 외래어의 코리안나이스(Koreanise, 외국어의 한국어 표기)를 잘 몰라서다. 후자에 대하여는 한국에서 잘 정비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 범위가 넓지 않은 것 같다. 바르셀로나 (Barocelona), 샌프란시스코 (Sanfrancisco) 등 큰 도시는 일관 되게 쓰이는데 중소 도시는 아닌 것 같다. 예컨대 Brisbane은 브리즈번, 브리스베인, Melbourne은 멜버른, 멜번 등 다양하다. 우리 대학 시절에는 칼 맑스, 프로이드, 와이말 헌법이라고 썼다. 지금은 칼 마르크스, 프로이트, 바이말 헌법으로 쓴 사람이 많다.

이걸 해결해주는 것이 사전인데. 한국에 갈 때마다 교보문고를 뒤져 보는데 찾지 못했다. 내 잘못이라면 누군가 알려주기 바란다. 혹자 왈 지금은 인터넷 시대가 아닌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형 서점의 한쪽 공간을 꽉 채우는 그 많은 사전 류들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해외 한국어 보급에 막대한 예산을 쓴다. 외래어 표기도 한국어 교육의 중요한 일부인데 이렇게 방치되어 있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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