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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유리그릇' 깨지지 않으려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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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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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 3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을 전격 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북특사단으로부터 북한 측의 회담 제의를 채 다 듣기도 전에 수용했다고 한다.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북한 최고지도자와의 만남에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이런 `트럼프스러움`은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통해 상당 부분 이해된다.트럼프는 성취욕이 강한 인물이다. 저서에서 자신의 신조는 크게 생각하고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스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천부적인 능력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일이 되는지 본능적 감(感)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최고결정자 간 담판으로 거래를 결정짓는 것을 선호한다. 오랫동안 험한 건설 현장을 누비면서 사람을 거칠게 다루고 리드하는 법을 배웠다. 트럼프는 일생 동안 살아왔던 방식과 노하우를 그대로 북핵 문제에 적용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자극적인 언행을 반복함으로써 판을 키웠다. 이제 거래의 기술을 발휘할 일만 남았다.

트럼프는 거래는 쌍방이 이익을 볼 때 잘된다고 믿기 때문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만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사학교 학창 시절 상대방을 남자로서 대접하면 문제 해결이 용이함을 체득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닮은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 김정은을 만나면 나이차에 상관없이 통 큰 남자로 인정하면서 큰 결정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어머니로부터 화려함과 쇼맨십, 극적이고 위대한 것에 대한 육감을 타고났다. 자신의 존재감이 가장 부각되는 장소로 평양만 한 곳이 없다. 리처드 닉슨이 1972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수교를 이뤘듯 북한판을 원할 듯하다. 평양 시내 연도에 100만의 환영 인파가 성조기를 흔들고, 상상 초월의 일사불란한 집단 카드세션과 매스게임, 의장단 사열 등 북한이 할 수 있는 `끝장판 의전`으로 지상 최대 정치쇼의 주인공이 된다.

단 트럼프는 거래 시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다. 저서에서 위험 부담을 떠안으며 카지노를 혼자 소유하느냐, 아니면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절반만 소유하느냐 사이의 결정은 아주 쉽다고 썼다. 그래서 중국을 끌어들여 대북 제재의 책임을 씌웠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백악관 발표도 역시 리스크를 분산하는 트럼프 스타일이다. 혹시 잘못되면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한 한국에 책임을 전가할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향후 몇 달 동안 반전과 반전이 계속될 한반도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바로 고민해야 할 것은 4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와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연계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간 민간 교류와 군사적 신뢰 구축 같은 성과에 집중하면 좋을 듯하다. 미국의 최고 관심사인 비핵화와 관련해서 논의는 하되 발표는 원론적 선언적 수준에서, 성과는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빛나도록 넘긴다.

그간 미국에 김정은의 숨소리까지 전했다면 지금부터는 중국에 똑같이 전해야 한다. `차이나 패싱`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향후 비핵화를 위한 지난한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실제 북한의 최근 변화 또한 미국의 압박 이외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없이는 어려웠다. 북·미 회담 발표 다음날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한 것도 이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곧 등판을 위한 몸풀기를 하고 있는 만큼 한·미·중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한중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외교가 제대로 빛났다.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따뜻하게 환대함으로써 우리의 감성적 진정성을 느끼게 했고, 폐막식에 참석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에게는 정부의 정책적 진정성을 확인시켰다. 우리 방북특사단의 귀환 이후 즉각 주변 4국에 특사단을 보낸 배려는 외유내강 효과를 발산했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은 두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지난해 9월 뜨거웠던 주변국의 다리 사이를 기는 `한신(韓信)`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 구축의 절호의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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