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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 졸업식서 유난히 눈부셨던 제자의 한복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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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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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 교수

   
 

매화와 벚꽃이 어우러지는 3월 말은 일본의 각종 학교 졸업식이 있는 새로운 출발의 시기이기도 하다.

매년 몇 년간 정들었던 제자들, 특히 논문 지도를 통해 학문적 관계를 깊이 해 왔던 제자들이 졸업을 할 때는 가슴이 찡하면서도 그들의 성장을 응원해야 하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단에 서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기억으로 뿌듯한 재산들을 가슴에 안는 시기일 것이다.

필자도 20년의 교단생활에서 꽤 많은 제자들을 배출한 편이기에 그 나름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올해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었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올해도 교사나 외교관, 은행원, 언론계, 유학 등 다양한 진로를 정하고, 졸업 논문의 완성을 위해 함께 철야작업하며 애틋한 사제의 정을 나눈 제자들이었기에 곱게 단장하고 졸업식에 임한 제자들과의 이별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그런 제자들 속에서도 특히 인상이 강렬하게 남은 제자가 대학원 석사를 마친 중국동포 유학생이었다.원래 연변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의 업무 관계로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쑤저우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쑤저우(蘇州)대학에 진학하였고, 대학 재학 중에 필자의 학교에 교환 유학생으로 오면서 필자의 강의를 통해 인연이 되었다. 그 뒤로 그녀의 진학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녀가 일본 유학을 결심하면서 필자의 세미나 연구생을 지낸 뒤, 대학원 제자로 입학하게 되었다.

일본에 온 유학생의 70.5%가 고심하는 물가고 사회에서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양립하며 학업에 매진했고, 800여명의 유학생 및 일본 학생이 기거하는 학교 기숙사의 RA(기숙사 조교)로 일하면서 일본의 글로벌화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정부 시책인 다문화 공생교육의 필요성과 글로벌 문화를 위한 일본인 학생들의 유학 장려 및 일본 국내의 현실에 대해 모색을 하면서 기존의 각 대학이 설립했거나 증축, 확대를 하고 있는 유학생 기숙사 내의 국제교류 혹은 이문화 교류의 활용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참고로 일본학생지원기구가 조사한 작년도 외국인 유학생 재적상황을 보면 2017년 5월 현재 일본에 있는 유학생 수는 267,042명이고,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유학생 수는 188,384명이다. 유학생의 증가에 따라서 일본 정부는 2014년의 『유학생 30만 명 계획 실현을 위한 유학생 주거환경 지원에 관한 검토회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시책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각국의 인재육성에 공헌할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학생 등 이문화 이해의 증진이나 학생・교원 등의 상호교류를 통하여 우리 나라 학생들의 충실한 학습 환경이나 대학 등의 국제화 등에 크게 공헌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 문화의 이해 촉진이나 국제관계 개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등 국익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의의를 가지므로 거국적으로 대처해야 할 중요사항이다. 특히 앞으로의 저출산화 사회를 감안하자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나라 청년 및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속화 해야 함과 동시에 고도의 외국인재를 확보해 갈 필요가 있고, 보다 더욱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개인 사정에 의해 반드시 유학을 갈 수 없는 학생들도 있기에 일본에 유학 온 학생들과 기숙사라는 공간 속에서 어울리며 외국 문화나 언어를 접하며 유학생끼리 혹은 일본인 학생과의 교류를 통한 ‘기숙사 유학 생활’을 연구하는 의미에 접근하게 된다. 제자는 일본의 국제료, 유학생 기숙사의 데이터를 조사하여 근대사 속의 동향을 파악한 뒤, 최근의 국내 대학 기숙사 내의 유학생들과의 국제 교류 가능성 제안 및 그 효율성, 이문화 속의 상호협조(서로의 언어 가르치기 포함)를 통한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하여 RA 및 유학생으로서의 예리한 시점으로 논하여 논문 공청회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 학위를 받게 된다.

그렇게 억척같은 그녀지만 남다른 인정과 배려심 또한 강하여 필자의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수업 때 항상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거나 지쳐 있을 때 인터넷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갖고 와서는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논문 제출 하루 전날, 지도교수인 나도, 제자도 논문 수정작업 때문에 서로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건만, 그런 와중에 필자의 생일을 기억하여 정성스럽게 만든 미역국을 담아서 연구실로 가져온 게 아닌가?

예상 못한 상황 속의 미역국이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런 것에 신경 쓰는 그녀를 야단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내게 되려 “아무리 바빠도 생신은 지내셔야 해요.” 하면서 나를 뭉클하게 만든 제자였다.

논문 집필과 4월부터 다닐 직장 연수 때문에 야윌 대로 야위어서 안쓰러웠던 그녀의 졸업식이었으니 가슴이 아프고 헤어지는 마음이 아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 그녀의 출발을 위해 뭔가를 기념해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올해는 학부와 대학원 졸업식장이 달랐기에 학부 졸업식이 길어지면서 대학원 학위 수여식에 참가할 수 없었다. 못내 아쉬웠지만 대학원 졸업식 후 근처의 백화점에서 식사를 하자는 약속을 했기에 먼저 연구실서 기다리니 다른 제자와 함께 그녀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그 순간 하늘거리는 하얀 치마저고리에 고운 그라데이션의 핑크색이 돋보이는 한복을 입고 나타난 제자의 환한 웃음이 너무나도 곱고 아름다워서 천사가 나타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개량 한복 혹은 유행하는 한복을 보다 보면 분명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만 한복의 심플하면서도 고운 모습이 왠지 사라져가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옛날 스타일에 집착하는 나의 고지식함을 탓하던 참이었다.

물론 제자의 예상치 못했던 한복 모습이 하카마(일본 기모노식 졸업식 예복) 속에서 유난히도 눈부시게 보였던 까닭은 심플하면서도 화사한 봄을 몰고 온 듯 한 제자의 한복 자태가 환한 웃음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한복에 깃든 소중한 의미 때문이었다.

“어, 우리 류링이 한복을 입었네?” 하는 필자의 말에 “네, 이 한복은 저희 어머니가 28년 전에 결혼할 때 입었던 옷이예요. 이쁘죠?”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28년 전의 한복이란 말인가???
그 한복에 깃든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 보자니 그녀의 한복이 달리 보였다.
무엇보다 캐주얼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외 연수서 돌아오면 새로운 문화도 즐거이 소개하던 제자가 의외로 어머니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으로 자신의 학위식을 의미있게 장식하는 것을 보고서는 새삼 그녀가 당당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야말로 그 어떤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의미가 아니겠는가.

자신을 존재하게 해 준 부모님의 결혼식에 사용된 소중한 기억의 옷을 더욱 고운 기억으로 승화시키며 자신을 아름답게 갖추는 법을 아는 이 제자가 참 자랑스러웠다.

요즘같이 풍요로운 물질주의 사회에서 잃어가는 인정과 삭막한 개인주의 의식, 명품 지상주의 속에서 기억의 옛 것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씁쓰레함을 자아낼 때도 있었지만 제자의 특별한 한복 모습을 통하여 그래도 우리 사회는 따스한 온정을 지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사람 사는 사회’라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지금은 일본 기업의 글로벌 구성원으로서 그녀 특유의 다언어(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를 구사하며 자신의 업무에 전력을 다 할 제자 류링.

그 해맑은 웃음과 화사했던 한복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 보며, 멀리서나마 부디 건강하게 동아시아를 잇는 기업 인재로 생활해 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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