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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불확실성의 함정 탈출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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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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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 워싱턴 특파원

   
 

미래 전망이 불확실하면 사람들은 지갑을 닫는다. 불안과 공포 심리가 지닌 자기 강화적 속성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경제 주체들은 활동을 안 한다. 시장 전반에 투자와 소비는 위축되고 그 결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다. ‘불확실성의 함정’이란 경제 모델이다.

지난 2주간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롤러코스터 반전을 거듭한 원인도 주역들이 ‘불확실성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5월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편에 미국인 억류자 세 명을 돌려보냈다. 호기를 보인 것은 여기까지다. 핵무기를 포기한 뒤 미국이 과연 안전 보장 약속을 지킬 것이냐는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다.

김계관(16일), 최선희(24일) 담화로 미국의 “선 핵 포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요구는 불순한 기도”라며 “핵 대 핵 대결”을 경고했다. 두 담화에 대량살상무기 포기 8년 뒤 2011년 민중봉기로 사망한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될지 모른다는 김 위원장의 두려움이 깔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도 싱가포르에서 빈손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위험 때문이다. “세계 평화를 위해 역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에게 실패한 북·미 회담은 국제 망신이자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 민주당의 제물로 전락할 두려움이 컸다. 노벨평화상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11월 선거 패배와 2020년 재선 도전의 최대 악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중도에 발을 빼기엔 너무 많은 정치적 자산을 선투자했기에 회담을 되살리는 쪽으로 돌아섰다.

불확실성을 걷어내려면 협상을 통해 신뢰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신뢰는 서로 구체적이고 투명할 때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안 됐고 미국은 단계적 ‘보상’을 할 준비가 안 됐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북한의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핵무기 일부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이면 합의는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은 계속 안전할 것이고 한·중·일 3국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는 식의 공허한 말로는 김 위원장을 설득하기 힘들다.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언제, 얼마나 대북 차관을 지원한다는 정도의 구체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

미 국무부 내 유일한 베테랑 협상가인 성 김 주필리핀 대사가 최종 의제 조율을 위해 투입된 것은 희소식이다. 그가 명징한 합의로 불확실성의 함정에 빠진 트럼프와 김정은을 구해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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