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8.12.10 월 19:26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기고
극적인 변화의 2018년, ‘Diversity’와 평화적 공생을 위해-(1)
이수경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6.01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 교수]

1. 영국 왕실의 파격적 변화

   
 

지난 5월19일은 글로벌 시대 속의 다양성(Diversity)을 재인식하게 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과 규율을 중시 여기며 변화를 꺼려왔던 영국 왕실이 해리 왕자의 결혼식을 통하여 가히 혁명적 변신이라 할 수 있는 인종주의 초월과 다양성을 부각시키며 열린 왕실을 세계에 보인 것이다.

필자는 2011년에 캠브리지대서 안식년을 마칠 무렵, 엘리자베스 여왕의 주말 휴식처로 알려진 윈저성과 템즈강 건너편의 이튼스쿨 거리를 돌아보며 영국의 왕실과 19명의 수상을 배출한 명문 사학의 전통적 공간에서 세계사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특히 윈저성이 소장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등을 본 뒤, 이튼스쿨 거리에서 카페를 즐기며 현지인들과 소박한 대화를 나눴던 시간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편, 다이애너비의 결혼식에서 그녀의 활동과 사망까지를 뉴스로 접했던 필자는 엄마 잃은 어린 왕자가 방황의 시기를 거쳐 ‘흑인 혼혈, 이혼녀, 연상, 미국의 평민 출신’의 파트너를 어떻게 왕실에 소개하였고, 보수적인 영국사회나 왕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물론 메건 마클은 인도주의적 사회 봉사활동을 통하여 해리 왕자와 깊은 교감을 가지고 있으며, 혼혈 녀인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진 커리어우먼으로서 아프리카계 어머니를 엘리자베스 2세 및 왕실에 인정받은 인물이지만, 결혼식을 통해 영국 왕실에 대한 통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고 싶어서 일본 언론의 생방송을 보게 되었다. 우선 식장에서 눈에 돋보인 것은 30년 전의 이혼 후 복지 활동가로 메건을 키워 온 어머니 도리아 여사를 정중하게 에스코트 하던 챨스 왕세자, 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미국 성공회 첫 흑인 주교가 된 마이클 커리 주교의 설교와 흑인 성가대의 고스펠 송 ‘Stand by me’합창이었다.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중에서도 미국 인기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나 테니스 선수인 세레나 윌리암스, 영국의 첫 동성애 커플 가수인 엘톤 죤 등이 돋보인 것도 하나의 변화였으리라. 비록 우여곡절 많았던 차남의 결혼식이라지만 쉽사리 깰 수 없는 보수적 전통 문화를 계승해 온 영국 왕실이 시대적 과제인 다양성을 인정하며 인종주의를 초월하는 개방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수 많은 하객들이 윈저성을 에워싸며 축하를 보내는 것을 보며 왕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다양성과 인종주의 초월의 평등성에 다가가고 있는 영국 왕실과는 달리, 일본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변화를 꺼리는 일본 사회의 변화

물론 일본 왕실도 개방성을 의도하며 궁내성 서고인 서릉부만 봐도 다양한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자료 수집 때 체감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는 전통과 격식에 매달려 천황제를 유지하면서 여왕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스모선수가 쓰러졌을 때 객석의 여성 간호사가 씨름장에 올라가자 여자는 내려가라는 안내방송이 흐르는 등, 전통과 현실 속에서 현저한 젠더문제가 존재하는 모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국기라 칭하는 스모에서 주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현재, 외국 출신의 선수들이다. 외국인 남성은 보기에도 큰 체격을 갖고 있으니 인기도 염두에 두고 그들을 받아들이지만, 씨름장에는 여성의 출입을 금하고 있고, 아직도 흑인 출신의 스모선수는 배출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글로벌 젠더 갭(Global Gender Gap) 2017년에 보면 144개국 중에서 중국이 100위, 일본이 114위, 한국이 118위이다. 그만큼 정치, 경제, 교육, 건강 면에서 양성평등을 논하기에는 후진국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 결혼식을 라이브로 방송하는 일본 언론 매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역행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헤이트 스피치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일본이지만 경제적 면에서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일본정부관광객(JNTO)의 2017년 통계를 보면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714만200명(추계치)에 이르는데 이는 통계를 시작한 1964년 이후 과거 최다의 수치라고 한다. 13억 인구의 중국인 방일 관광객이 735만5800명임을 생각할 때 5125만의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700만이 넘게 일본에 온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사회와 문화를 즐기려는 의도가 아닐까?

실제로 필자는 이번 5월 초의 골든위크 휴가 때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도쿄서 자동차를 몰고 왕복 약 5000Km 정도의 거리를 달렸다. 지방 도시는 물론, 산촌이나 어촌 등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도 한국인 혹은 외국인(노동자 포함)을 만날 수 있었고, 어느새 일본 사회 곳곳에 다문화권 출신 주민들이 생활하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느꼈다.

3. 글로벌 사회, 책임 있는 행동과 상식의 공유를

다언어로 표기된 도로 이정표도 익숙하게 되어 갈 즈음, 도쿄서 약 750 Km 떨어진 돗토리현(鳥取県)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비교적 조용한 온천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호텔 앱이 있기에 굳이 사전 예약이 없어도 적당한 호텔을 알아주기에 여행하기에는 편리한 시대이다.
호텔 체크인 후 가벼이 식사를 마치고 피로를 풀 겸, 별관의 온천욕탕에 들어가자니 입구에 [온천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곳이니 부디 자리 차지를 위한 개인 물건 두기를 하지 말고, 서로 양보하며 사용해 달라]는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한국인이 얼마나 자리 잡느라고 설쳤으면…]이란 마음보다 [이렇게 큰 호텔에서 특정 언어라니!!] 라는 의미에 화가 났다. 다양한 손님을 모시는 호텔의 경영 차원에서 본다면 특정 언어로 고객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한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 설사 무질서한 행동이 있다고 하여도 특정 언어보다 일본어, 영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 안내문을 작성하여 온천 사용자 모두에게 질서를 독려하는 게 현명한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센스가 필요하다고 프런트의 매니저에게 전하면서, 한국인 손님이 와서 불편한 행동을 많이 하냐고 물었더니 복잡 미묘한 웃음으로 대답을 피했다. 그 미소가 무엇을 말하는지 필자는 다음 날 아침 식사시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옆 자리에 애들과 애 엄마, 할머니가 앉았는데 식당 안의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는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안방처럼 고함을 지르며 떠드는 것은 물론, 종업원을 마치 종처럼 대하는 안하무인식 언사에도 접객의 프로답게 미소로 답하는 일본인 종업원의 태도가 돋보이는 광경이었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놀라움과 더불어, 과연 그들의 몰상식한 태도가 한국에서도 당연하게 통용이 될까? 조용한 문화를 자부하는 일본서 고함을 지르는 게 무슨 애국 운동이라고 착각이라도 하는 걸까? 이런 막무가내 식 행동이 한국 사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 우리는 뭐라고 할까???
한국인을 욕하는 명분을 만드는 그들을 보다가 심기가 불편해져 필자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글로벌 사회란 보편성과 인권의식을 공유하며 상호 가치 존중이 이뤄질 때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다. 자국을 떠나면 어느새 개개인이 민간외교관 차원에서 책임 있는 행동으로 선진 국민성을 보이는 바람직한 태도를 공유할 시대가 아닌가?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