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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北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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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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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 논설위원

   
 

북·중 최대 무역도시인 랴오닝성 단둥에 신류(新柳)시장이라는 대규모 도매상가가 있다. 중국 왔다가 북한으로 돌아가는 젊은 여성들이 예외 없이 '화장품 쇼핑'을 하는 곳이다. 마스카라(속눈썹 화장품)와 립스틱부터 헤어젤까지 여행용 가방에 쓸어 담는 북 여성이 적지 않았다. "왜 이리 많이 사느냐"고 물었다가 "여자가 화장품 사는 게 뭐가 이상한가"라는 답을 들었다. 우문(愚問)을 한 셈이다.

▶김일성은 6·25를 준비하는 와중인 1949년 단둥 건너편인 신의주에 대형 화장품 공장을 세웠다. 김일성은 회고록에서 "일제로부터 노획한 화장품을 처음에는 그냥 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얼굴에 검댕만 묻히는 여전사들이 안쓰러워 화장품을 선물했더니 부대에 생기가 확 돌더라는 것이었다. 이 신의주 공장이 생산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봄 향기'다. 김정일은 2005년 이 제목으로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좋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100% 무균수(無菌水)를 찾아 나선 공장 직원들 이야기다.

▶김정은이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방문했다고 북 선전기관이 1일 보도했다. 직접 손등에 화장품을 짜서 발라보며 "평양에 '봄 향기' 화장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을 건설하라"고 했다. 그는 2015년 평양에 있는 화장품 공장에 갔을 때는 "외국의 마스카라는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유지되는데 국내(북한)산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도 했다.

▶김씨 일가가 3대째 화장품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화장품의 질은 엉망이다. 지난해 국내서 출간된 책 '북한 여성과 코즈메틱'에 따르면 북한산 화장품 64개 제품 중 7개에서 호르몬 교란 성분이 검출됐다. 인삼 성분이 들었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성분은 '0'으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중국도 개혁·개방 시기에 화장품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아름다움에 대한 억눌렸던 개인 욕구가 화장품 수요로 분출된 것이었다. 김정은까지 나서서 화장품에 관심 보이는 걸 보면 북한에 변화 조짐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화장품이야말로 화학·금형·마케팅 등이 모두 결합한 선진국 산업이다. 김정은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북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제품이 나올 리 없다. 김정은은 싱가포르 야경을 보고 "평양 야경도 희한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부랴부랴 불장식(야경)연구소가 105층 류경호텔 조명을 바꿨지만 호텔은 30년째 미완성이다. 북한에 제대로 된 화장품, 제대로 된 조명이 나오려면 체제의 근본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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