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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9월이 오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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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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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원 / 도쿄 특파원

   
 

해마다 9월이 되면 일본 간토(관동)지방 곳곳에서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피해자 위령제가 열린다. 올해도 사무실에 일찌감치 위령제 개최 소식을 알리는 편지들이 왔다. 1일에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 추도식이 열린다. 8일에는 도쿄 동부 아라카와 제방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모두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유언비어를 빌미로 군인과 경찰, 자경단이 총과 일본도, 죽창으로 조선인들을 살해한 장소와 관련된 곳에서 열리는 위령제다.

올해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된 행사가 한여름 도쿄 거리에서 이미 열리고 있다. 한국 상점이 밀집한 도쿄 신오쿠보에 있는 고려박물관에서는 ‘조선인 학살과 사회적 약자―기억·기록·보도’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4일부터 기획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1일부터는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소극장 ‘더 스즈나리’에서 <9월, 도쿄의 거리에서>라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이 연극은 논픽션 작가 가토 나오키가 쓴 동명의 르포를 바탕으로 극단 린코군이 만든 연극이다. 행사가 한여름부터 잇따르는 이유는 일본 시민사회가 일본 사회에서 불고 있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실 부정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리는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원에 추도비가 생긴 1970년대 이후 역대 도지사들 중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이는 없었다. 당시 고이케 도지사는 모든 간토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추도의 뜻을 다른 행사에 참석해 표명했기 때문에 조선인 희생자에 대해서만 따로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학살과 자연재해 피해는 성격이 다르다는 비판에 “여러 역사인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이케 도지사가 추도문 송부를 거부한 뒤, 요코아미초 공원이 있는 스미다구의 구청장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조선인 학살 사실을 없던 일처럼 만들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2일 <9월, 도쿄의 거리에서> 연극 공연 현장에서 만난 작가 가토는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는 요코아미초 공원에 있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까지 철거해 사건 자체를 잊히게 하려는 우익들의 압력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극 내용 중에도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 사건이 언급된다. 연극에서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벌어진 1923년 9월 도쿄 거리의 풍경과 2018년 도쿄의 모습을 끊임없이 교차해 보여주며, 조선인 학살이 그저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되새긴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타민족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비극적 사건이었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들만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다. 일본인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당시 일본 사회 주류 흐름에 반대하던 사회주의자들도 함께 죽임을 당했다.

2018년 일본에서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흐름은 여전히 눈에 띈다. 자민당의 스기다 미오 의원은 잡지 <신초45> 8월호 기고문에 “엘지비티(LGBT·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커플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것이 찬동을 받을 수 있나. 그들은 아이를 만들 수도 없다. ‘생산성’이 없다”고 적었다.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적대시하는 이런 발언들을 듣고 간토대지진의 비극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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