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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걱정하는 일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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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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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 도쿄 특파원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브리핑은 일본의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한 달 전에 참가 신청을 했었다. 5년 주기로 일본 사회 변화를 조사하는 이 연구소가 전국 1만9800가구와 개인 1만369명에게 답변지를 받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날 눈길을 끈 대목은 두 가지. 하나는 '생활수준이 향상됐다는 가구가 증가했다'고, 다른 하나는 '식량·의복 문제로 인한 곤궁, 공공요금 미지불, 채무 체납 가구 비율이 줄었다'였다. 요컨대 최근 5년 새 먹고살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가 다룬 대상 기간은 2012년 12월 출범한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기와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아베노믹스 성적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식 브리핑이 끝나고 이 기관의 연구책임자와 명함을 교환하며 물었다.

"일본 생활수준의 변화에 대해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그러자 이에 대한 답변 대신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 마치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일본 경제 동태(動態)가 아니라 한국 경제 아니냐는 뜻으로 들렸다. 사석(私席)에서 일본인과 아베노믹스에 대해 얘기 나누다가 십중팔구 한국 경제 얘기로 귀결되는 요즘 대화 패턴이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일본의 최근 경제 상황은 이웃 나라를 걱정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얼마 전 일본 내각부가 일본 성인 5969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74.7%가 '현재 생활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일본인 4명 중 3명이 '매일의 일상이 즐겁다'고 반응한 것이다. 이 비율은 이 조사가 시작된 1963년 이후 5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 기업 분위기도 최고 수준이다. 경제는 그야말로 활황(活况)이다. 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을 비롯한 기업들은 앞다퉈 연구개발(R&D)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연구개발비는 약 12조엔(약 125조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9년 연속 증가다. 일본 기업들이 R&D에만 대한민국 내년 총예산(470조원)의 4분의 1 가량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올해 2분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12.8% 증가했다는 뉴스도 3일 나온 것을 보면 일본 경제의 탄탄한 순항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 같다.

현해탄 건너편 서울에선 노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가게들이 최저임금 상승과 고객 감소라는 이중고(二重苦)로 힘들어한다고 한다. 이발소 주인은 "요금 500원 올리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는데, 일본 국책 기관은 "생활수준이 향상됐다"며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가 일본처럼 큰소리칠 날은 과연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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