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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역사 뒤집기’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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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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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 베이징 특파원

   
 

8월 말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성 선전(深)의 ‘중국 개혁·개방 서커우(蛇口)박물관’에 들렀다. 1970년대 후반 바닷가 한적하고 가난한 선전의 서커우 지역이 공업지대로 개발되고 선전시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됐다. 개혁·개방 4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1월 개관한 이 박물관은 리노베이션을 거쳐 8월에 재개관했다. 박물관 입구에는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조각상이 사라지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글이 대형 베이지색 판 위에 새겨졌다. 1978년 4월 광둥성 제2서기에 임명된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이 덩샤오핑과 같은 크기의 사진에 거의 같은 비중으로 전시된 게 눈에 띄었다.

개혁파인 시중쉰이 광둥성 서기로 재직한 2년 동안 그 지역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한 것은 맞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개혁과 개방’에 따르면, 시중쉰은 홍콩·마카오와 광둥성을 연계한 경제특구 구상을 덩샤오핑을 찾아가 설명해 찬성을 끌어냈다. 그러나 당내 보수파가 경제특구 정책에 대해 ‘자본주의적’이라며 파상 공세를 펼치던 1984년 선전을 직접 방문해 ‘위기에 처한 경제특구를 구한’ 사람은 덩샤오핑이었다. 박물관 입구 바로 옆 전시 공간에는 개혁·개방 초기 중국 지도부 사진과 함께 ‘우리는 시대를 따라잡아야 한다(我們要간上時代). 이것이 개혁의 목표다(這是改革要到達的目的)’라는 덩샤오핑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시 주석 글은 “개혁·개방 40년 동안 새롭고 좋은 길을 개척했다. 우리는 시대를 ‘따라잡는’ 데서 시대를 ‘이끄는(引領)’ 데로 위대한 약진을 했다”고 돼 있다. 덩샤오핑이 시대를 뒤쫓아 갔다면, 시진핑은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는 전시 의도가 숨어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공산당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당내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덩샤오핑을 희석시키고, 시진핑을 찬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최근까지 1인 지배와 개인숭배로 상징되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시절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덩샤오핑의 ‘유산’은 모두 해체됐다. 집단지도체제가 허물어졌고, 1인 지배를 막기 위한 국가주석 임기제는 폐지됐으며, 당·정 분리는 공산당의 전일적 영도로 대체됐다. 국제사회에서의 패권 추구를 반대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숨어서 실력을 기름)’는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바뀌었다. 장기 항전 체제에 들어간 듯한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이 같은 노선 변화의 결과물이다. 덩샤오핑의 역사를 뒤집고 마오쩌둥급 반열에 오르려는 시 주석은 중국을 어디로 이끌어 가고 있는가. 애국심과 단결을 강조하며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잠재우고, 외부에는 자유무역과 세계화, 인류 운명공동체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중국의 패권을 세계 곳곳에 각인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외부의 비판 속에서 지난 3∼4일 열린 ‘중·아프리카 포럼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운명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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