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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보물 찾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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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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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중국 베이징에 있는 카르푸,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은 오후 10시쯤이면 문을 닫는다. 대부분 기업형 슈퍼마켓도 그즈음 영업을 끝낸다. 온라인 쇼핑몰이 유통 생태계를 빠르게 흡수 통일하면서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 할인점과 슈퍼마켓은 점점 줄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생필품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편의점 수요가 많은 듯하지만, 웬일인지 베이징에서는 편의점 찾기가 ‘보물찾기’ 수준이다.

아파트 단지 앞 큰길에 2층짜리 대형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 복사 같은 사무 서비스도 해준다고 써 붙여놔 내심 든든했는데 한 번 누려보기도 전에 ‘휴점’ ‘수리 중’을 거쳐 ‘폐점’이 됐다.

지난해 기준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은 인구 9670명당 편의점 1개로 중국 전체 도시 중 20위에 그쳤다. 편의점이 발달한 상하이(3369명), 광저우(3076명)와 비교해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턱없이 적다. 대도시의 대표적 아이콘인 편의점이 이렇게 부족하니 수도로서 영 체면이 서지 않는다. 편의점 과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은 인구 1318명당 편의점 1개다.

신달자 시인은 ‘24시간 편의점1’에서 “그대 영혼의 내부 순환 도로/ 그 깊은 곳을 더듬어 나노라면/ 온몸 서서히 촉수 밝아져/ 나 뜨거워라/ 24시간 문 열어 두었다”고 했다. 편의점을 24시간 동안 사그라들지 않는 삶의 원동력처럼 표현했다. 편의점이 부족한 베이징의 활기는 오후 10시가 지나면 차갑게 식는다.

베이징에 편의점 발달이 더딘 이유로 지리적 특성과 날씨가 꼽힌다. 업계에서는 1년의 절반, 하루의 절반, 거리의 절반만 영업이 가능하다며 ‘3개의 절반(半)’이라고 설명한다. 비수기인 겨울이 길다보니 1년의 절반은 영업실적이 부진하다. 야간활동 문화가 없는 데다 상업지구와 주거지역의 구분이 뚜렷해 24시간 영업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

베이징의 도로는 넓고 길다. 중앙분리대, 멀리 있는 횡단보도, 육교나 지하도 이용 등의 불편함 때문에 건너편 유동인구까지 흡수하지 못한다. 상하이, 광저우 등은 상대적으로 도로 폭이 좁고 골목이 많아 편의점 영업에 유리하다. ‘3개의 절반’ 외에 구멍가게가 많은 것도 주요 이유다. 중장년층은 편의점 물건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낯선 계산원이 있는 그곳보다 친숙한 주인이 있는 ‘동네 사랑방’ 구멍가게를 훨씬 선호한다.

1996년 상하이에 1호 기업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로손이, 광저우에 세븐일레븐이 문을 열었다. 베이징에 세븐일레븐이 들어온 것은 한참 뒤인 2004년이다. 이후 14년간 세븐일레븐의 베이징 성장세는 200개 점포에서 멈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베이징시가 편의점 유치 작전에 나섰다. 지난해 무허가 혹은 기준미달의 구멍가게를 대거 철거하면서 부족해진 소매 공급을 편의점으로 채우려는 것이다. 3년 내 베이징 편의점을 6000개까지 늘리겠다며 지난 10월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개점에 필요한 행정 허가 절차, 서비스 기준 등을 대폭 완화한 것이 골자다. 이달부터 처방전이 필요 없는 상비약 판매를 허용하면서 심야 약국 역할도 부여했다. 1일 공인체육관 근처에 있는 징커룽징제 편의점이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약품 판매허가를 얻었다. 감기약 등 62가지 약품과 체온계, 혈압계 등 35가지 의료기기가 식품과 나란히 진열됐다. 편의점 업계는 그린라이트가 켜졌다며 반색하고 있다.

편의점은 일상에 소모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팔고, 금융이나 치안 같은 공적 영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적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폐점 시간 없이 끊임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변 상권을 용광로처럼 녹인다. 베이징은 시 정부가 앞장서 기어이 24시간 뜨거운 소비 도시 시대를 열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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