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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김지영’에 열광하는 日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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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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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 문화부 부장

   
 

한 권의 소설을 넘어 문화적 지표가 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2월 일본 지쿠마쇼보에서 출간된 뒤 이틀 만에 초판이 매진돼 중쇄에 돌입했다. 곧 5쇄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소설이 일본 시장에 꾸준히 번역·출간돼 왔지만, 이 정도 반응은 꽤 이례적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출간 직후 작가의 인터뷰를 1개 면에 걸쳐 소개했다. 이 역시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판결, 일본 초계기 레이더 논란 등으로 양국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이기에 더 각별하다. 정치를 뛰어넘는 문화의 독특하고,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에 출간된 뒤 페미니즘 대중화에 불을 붙이며 100만 부를 돌파한 초대형 화제작이지만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일본에서의 반응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 독자의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여성의 삶은 어디에서나 똑같다”는 반응이었고, “너무 공감해 몇 번이나 쓰러질 뻔했다”는 소감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 못지않게 가부장적이면서도 여성 문제가 수면 아래로 숨은 일본 사회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평등 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149개국 중 115위, 일본은 110위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인다.

일본 출판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여름부터 도쿄(東京)의대, 준텐도(順天堂)대 의학부 입시에서 여학생 차별이 드러났음에도 광범위한 대중적 이슈로 폭발하지 못했다며 이 작품이 여성 문제를 점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일본 편집자들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한국 젊은 소설가들의 작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인의 체험을 파고드는 사소설 전통이 강한 일본 소설과는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학적 수혈을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경이 사라진 시대, 한국 소설이 동시대인의 고민과 문제, 시대적 정신에 대한 발신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뒤 유럽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시대 문제인 여성과 폭력에 대한 강렬한 성찰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 메가시티에, 정보통신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가부장적 전통은 여전하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과도한 성공 신화에 시달리며, 몇 번의 시민 혁명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문법은 완성되지 못한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모순이 글로벌하게 ‘문제적’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외국 편집자는 한국은 소설 소재로 매우 흥미로운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류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폭발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일본 반응을 보면서 올림픽 금메달처럼 노벨문학상을 기대했지만 실패한 우리가 작가들의 동시대적 문제의식과 서사의 힘으로 세계 시장으로 나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상과 다른 나라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에 환호하기에 앞서 그 소설 속에 담긴 우리의 모순을 해결하며 더 나은 삶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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