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펴냄

재독 한인들의 모임인 글뤽아우프회가 당시의 눈물과 회환의 기록을 모아 `파독광부45년사`를 펴냈다. `

글뤽아우프`는 “지하 갱도에서 무사히 일을 마치고 위에서 보자”라는 뜻을 담은 독일 광부들의 인사말. 책장마다 그들이 겪었던 절절한 사연과 생생한 사진이 그득하다.

글뤽아우프회 성기윤 회장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가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나”며 “70대가 되어버린 파독 1세대의 `족적`을 어떤 형태로든 남기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1963년 파독광부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500명 모집에 4만6000명이 몰려들었다. 이 중 상당수는 대학졸업자들이었다. 선발시험은 60㎏ 모래가마니를 다섯 번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합격자 명단은 신문에 고시합격자처럼 게재됐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당시 한국은 일자리는 없고 고학력 실업자만 늘어나던 시절이었다.

경제 부흥이 한창이었던 1960년대 서독은 노동력이 부족했다. 광부와 병원의 궂은 일을 해줄 간호사가 크게 부족했고 국제사회가 외면했던 가난한 한국이 재정적 도움을 받을 방법은 서독에 노동력을 파견해 재정차관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같은해 12월 22일, 123명의 `학사 광부`들이 초라한 행색으로 김포공항을 떠나 독일로 향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부모님들은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먼 이국만리 타국 땅에 보내는 자식들의 마지막 모습을 눈물로 배웅했다. 독일 아헨과 루르지역에 첫 발을 디딘 이들은 1500ｍ 지하막장에서 탄가루를 마시며 석탄을 캐며 받은 월급 대부분을 가족, 친지가 살고 있는 고국으로 송금했다. 한 달에 2~3일만 쉬면서 일하는 이들의 근면하고 성실한 모습은 서독으로부터 2차 재정원조를 받게 했을 정도다.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다. 광산촌을 방문해 300여 광부 앞에 섰을 때 밴드가 연주하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노래가 울려퍼졌지만 대통령 내외와 광부들의 울음소리가 가사를 대신해버렸다. “여러분 만리타향에서 이렇게 상봉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이들은 지하에서 캐낸 석탄으로 만든 재떨이를 대통령에게 건넸고, 대통령은 담배 500갑을 선물하고 이들을 일일이 격려한 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 파견은 가난에서 벗어나보려는 극동 조그마한 나라의 몸부림이었고 이들의 눈물과 설움이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1963년 12월 이래 독일 땅을 밟은 파독 광부들은 1977년까지 7936명에 달했고, 이 중 3000여 명은 현지에 정착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