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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졸업생, 배달원이 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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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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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 베이징 특파원

   
 

장건은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 석사 졸업생이다. 시내에서 사무직 일을 하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국영기업에서 안정만 추구하던 아버지 세대와 뭐가 다른가. 미래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혹시나 아래로 떨어지면 어쩌나.

초조했다. 결국 직장을 관뒀다. 그리고 ‘허마’라는 알리바바 계열 유통업체를 찾아가 배달원이 됐다. 배정된 배달센터 중에선 최저 수입이 보장된 신규 매장이 아닌, 일한 만큼 받는 매장을 택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가장 밑으로 떨어졌으니 이젠 초조할 것도 없다.’

허마 배달원은 한달에 쉬는 날이 4~5일밖에 되지 않는다. 주 1회꼴이다. 배달 1건당 받는 돈은 부피·무게·거리를 막론하고 무조건 7위안(약 1160원)이다. 모든 배달원이 가볍고 가까운 주문을 선호하지만, 순번대로라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장건의 한달 수입은 5000~6000위안(약 83만~99만원) 선이었다. 동료 중엔 9000위안(약 149만원)을 버는 배달원도 있었다.

배달용 전기오토바이는 회사가 제공했다. 일은 쉽지 않았다. 선배가 함께해주는 견습기간을 마치고 혼자 나선 지 4일째 되던 날, 배달 3건이 모두 시간을 초과했다. 첫 배달은 배달 시스템이 이상한 경로를 알려주면서 늦어졌다. 두번째 배달은 날씨가 너무 추워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시간을 못 지켰다.
세번째 배달 때는 뒤에서 상향등을 켜고 달려오는 베엠베(BMW) 차량과 실랑이를 하다가 넘어졌다. 그날은 절망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졌다. 살도 빠지고, 힘도 세어졌다. 무거운 짐도 척척 들고,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계단도 성큼성큼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잘나가는’ 친구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왜 그런 일을 하냐. 한번 체험해보려는 거냐, 아니면 거기 사람들을 도우려는 거냐”고 했다. 장건은 웃었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냐? 새벽부터 배달 열심히 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동료들과 맥주 한잔 하고, 목욕하고…. 다달이 팔구천위안씩 벌어서 몇년 뒤에 고향 가면 집 짓고, 장가들고, 작은 가게도 열 텐데, 누가 누굴 돕냐.”

동료 배달원들의 ‘지혜’는 오히려 중산층을 비웃고 있었다. 배달원들은 사고를 내려면 차라리 고급차를 들이받아야지 일반 차량을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고급차를 모는 부자들은 관대하지만,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십몇년 벌어서 구입한 차를 너무 애지중지하기에 각박하다는 것이다.

어떤 고객은 전화도 안 받고 문을 두들겨도 답을 하지 않아 돌아왔더니, 아이의 피아노 레슨 중이었다며 불평을 했다. 어떤 이는 추운 날 고생 많다며 따뜻한 음료를 건넸다. 어떤 고객은 귀가 어두운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이 된 나머지 배달 주문을 했고, 장건이 친절하게 응대하자 나중에 배달센터에 일부러 전화를 걸어 칭찬을 해줬다.

부모님께는 끝내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위챗(웨이신)의 친구들 운동량 순위에서 아들이 제일 높은 곳에 올라 있는 걸 보고 의아해하는 어머니에게 “새 직장이 집에서 가까워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다보니 그렇다”고 둘러댔다. 친구에게는 “몇년 지나면 너는 사장님이 되고, 난 너희 집에 배달을 가려나”라고 했다.

장건은 3개월여 근무한 뒤 배달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24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베이징대 졸업생이 배달원이 되기로 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큰 관심을 끌었다. 각종 매체들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장건은 “춘절 연휴가 끝나면 새로 직업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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