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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gly’,‘The Bad’,‘The Delusional’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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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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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 논설위원

   
 

A Welcome Failure’- 막판에 돌연 회담장을 떠났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동이다. 이로써 북한 핵 폐기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러자 나온 한 미 주류 언론의 사설 제목이다.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할까. ‘빅 딜’은 당초에 없었다. ‘스몰 딜’도 없었다. 결국 ‘노 딜(No Deal)’로 끝났다. 하노이 발로 전해진 그 뉴스를 미국의 조야는 일제히 반기는 기색이다. 트럼프의 네메시스,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조차 ‘노 딜’이 ‘배드 딜’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논평과 함께 회담결렬에 환호하고 나선 것.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은 그러면 결국 외교적 대참사로 끝난 것인가. 아직은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뭐라 정의를 내리기에는. 1986년 10월에 열린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레이캬비크 정상회담도 ‘노 딜’로 끝났다. 그러자 바로 나온 평가는 ‘외교적 대실패’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는 달라졌다. 미소 냉전종식의 돌파구가 됐다는 식으로.

싱가포르에서 하노이로 이어지는 정상회담 리얼리티 쇼, 그 일련의 과정에서 그렇지만 한 가지는 그 윤곽이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The Good’, ‘The Bad’, ‘The Ugly’. 아니 그보다는 ‘The Ugly’, ‘The Bad’, ‘The Delusional’. 그게 미-북 정상회담을 열게 한 주요 3인,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허영의 프로젝트다’- 협상의 달인임을 자처하면서 소년독재자 김정은과의 회담에 나섰다. 구체적인 준비도 없이. 그 트럼프에 쏟아진 당초부터의 비판이다. 결국 드러난 것은 외교협상에 있어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아메리카 넘버 1’도 아닌 것 같다. 맹방인 대한민국이나 일본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까 노벨평화상에, 2020년을 염두에 둔 표심 얻기, 다른 말로 하면 극히 이기적인 개인의 영광과 정치적 이익추구가 전부로 보인다.

‘Rocket Man’으로 비꼬던 김정은에 대해 아부성의 극찬을 늘어놓는 것도 그렇다. ‘북 핵 폐기’라는 전략적 목표를 앞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의 김정은 찬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아부가 지나쳐 오토 웜비어 군 고문치사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하노이 회담과 동시에 열린 마이클 코언 의회청문회를 통해 트럼프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The Ugly’로서 트럼프의 면모는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뒤늦게 ‘완전한 비핵화’가 북한 핵문제 해결의 원칙이자 전부임을 대내외적으로 주지시킨 것이다.

본래가 사악한 체제다. 그 체제의 수령이 김정은이다. 그 김정은이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 정점을 이룰 무대로 준비된 것이 하노이 정상회담이었다. 이 회담에 임하면서 소년 독재자는 자못 기고만장. 한 가지 치명적 오판을 했다.

자칫 탄핵을 당할 위기에 몰렸다. 그런 트럼프이니까 뭔가 외교적 성공에 목말라 있다. 그 트럼프에게 아부성의 찬사와 함께 무리한 요구를 들이대면 양보를 할 것으로 판단한 것. 사실상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경제제재 전면폐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

그 오판의 대가는 크다. 회담은 결렬되고 김정은은 핵 폐기 의사가 전혀 없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주었다. 동시에 새삼 환기되고 있는 것은 수령유일주의가 지닌 체제의 독성이다.

김정은의 북한은 스탈린 체제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디스토피아 체제가 겹쳐진 초(超) 전체주의 체제로 그 북한이 월남과 같은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이룩한다는 것은 허구라는 지적이 잇달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지구촌 최악인 북한인권문제가 재조명되면서 ‘The Bad’로서 소년독재자 김정은의 진짜 얼굴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 김정은이 핵 폐기에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 세계가 좁다고 변호하며 다녔다. 그뿐이 아니다. 북한에 경제제재를 풀어줄 것을 틈만 나면 요구했다. 그러면서 오직 김정은만 바라보았다. 수석 대변인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그러다 보니 미국과의 공조도 어긋났다.

극단적인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사로 잡혔다고 할까. 아니면 초록동색(草綠同色)심정의 발로라고 할까.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도 종전협정이나 금강산관광개발과 영변의 맞교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신 한반도구상이고 김정은 서울답방 환영 준비였다.

하노이 회담 결렬과 결국 드러난 것은 김정은은 추호도 핵 폐기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 연설에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도 모자라 한반도 철도 종단 완성을 통한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조기실현 등 비현실적 비전을 제시했다.

그 모습이 그렇다. 허탈하다 못해 뭔가 미망에 사로잡혔는지 허망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The Delusional’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그건 그렇다고 치고, ‘노 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미국은 한두 번외교적 참사로 무너지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정권이 뒤집어질 수 있다. 수령유일주의의 북한은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수령의 권위 실추는 심각한 내부 동요를 불러올 수도 있으므로.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이 문득 스친다. 하노이 회담은 혹시 북한체제 붕괴위기의 서곡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개방과 경제발전의 천재일우의 기회다. 그걸 내치고 김정은은 핵을 끌어안고 고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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