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진 / 일본 릿쿄대 교수

2020년 새 학기부터 사용할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이 강화됐다.

한국학도 여느 동양학처럼 식민 지배와 전쟁, 냉전 체제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출발했다. 그래서일까. 미국과 유럽 등 타 지역과 일본에서의 한국학이 겪는 상황은 아주 다르다. 일본에서 한국학은 양국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심하게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2018년 외교부가 제작한 세계 한국학 지도에 표시된 105개국 1368곳 중 일본 대학 수는 372개로 가장 많다. 그다음인 중국보다 95개가 많고, 미국의 3배에 가깝다. 그만큼 개설 과목도, 수강생도, 담당 교원도 많다는 뜻이다.

일본 대학에 개설된 한국학 과목은 극우 단체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 이들은 학생에게 `적`을 알기 위해 한국어 수업을 들으라고 격려하고 `반일`적인 수업 내용에 대처해 학점을 받는 방법도 일러준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류 드라마를 보고 K팝을 듣고 대학에 와서 한국학을 수강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영화는 대학과 사회가 함께 한일 역사를 고민하게 한다. 2014년 히로시마대에서 4개국 위안부 할머니 다섯 분의 증언을 담은 김동원 감독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상영했다. 한 학생의 투고로 시작된 산케이신문의 취재는 수강생에게 토론 시간도 주지 않은 일방적 수업이라 비난했고, 대학은 수업 방식을 개선할 여지가 있으나 상영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표명했다. 그리고 언론과 대학 간 갑론을박은 "히로시마대의 위안부 영화 수업을 공격하는 `산케이` 기사는 학문 자유의 침해"라는 일본 과학자회 히로시마지부의 성명으로 마무리됐다.

작년 10월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시와 교육위원회가 후원한 박수남 감독의 `침묵-일어서는 위안부` 상영회도 비슷한 예다. "일본 정부 견해와 다르고 편향적인 영화를 지원한 시"라는 언론의 비판이 `침묵`을 더 주목하게 했다. 도쿄를 비롯한 더 많은 곳에서 상영회가 이어졌다. 역사 인식이 다른 시민단체가 대치하고 경찰이 중간에 막아서는 진풍경 속에 여든 중반의 재일 여성 감독이 당당히 나서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올해 릿쿄대에서 한국어가 독일어와 불어를 제치고 세 번째로 많은 외국어 수강 신청을 받았다.

사상 최고 수치란다.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이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게 된 것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다. 독도에서 다케시마-독도로, 그리고 다케시마가 됐다. 한류와 다케시마, 일본 한국학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