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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역사 기록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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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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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중국어 강사를 만난 적이 있다. 베이징 출신으로 중고교와 대학까지 중국에서 마쳤고 당시 미국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역사적 사실에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었다는데 놀랐다.

다름 아닌 남송이 원나라에 의해서 망한 사실은 서로 일치했지만 원나라가 고려를 병합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그는 "고려도 (남송같이) 병합이 됐다"였고, 나는 "고려는 왕통을 잇고 국가가 계속 유지됐다"였다. 이는 북송과 남송과는 다른 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고려가 없어져 있는 원나라 판세도를 내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결국, 중국 공산당 정권은 오래전부터 고려가 버텼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우리는 싸우기(?) 싫어서 자리를 끝냈다. 하지만 이제 만나면 얘기해 줄 수 있는 게 있다.

원나라와 고려는 형제국가였다. 현대 한미 같은 동맹 이상의 사이였다. 결코, 종속된 사이가 아니었다. 원나라 수도 대도의 인구 상당수가 고려인이었고, 고려 풍속을 따라해야 귀족 대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나중에 조선이 고려 왕조 전복의 당위성 때문에 고려와 원의 사이를 폄하했을 뿐이고 우린 그것을 그냥 믿어왔을 뿐이다. 고려는 없어진 적이 없다.

중국 인민공화국 정부는 서북공정에 이어서 동북공정 사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역대 최대 판도였던 청나라의 중국 영토를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서다. 시사평론가들은 중국의 동북공정 내용을 보건대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압록강을 넘어 북한 지역에 인민해방군을 밀어 넣을 수 있는 전략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북공정의 핵심은 만주 일대와 북한지역에서 세상을 호령했던 고구려가 신라를 중심으로 형성된 현대 한국과는 관계가 없으며, 그래서 고구려는 마땅히 중국의 일부이고 만주와 북한 지역도 중국의 일부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반해 우리는 비록 1000년이 훨씬 지났지만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합쳐서 만들어진 한민족의 국가인 고려와 조선은 비록 만주를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지만 고조선, 부여, 발해 등과 고구려를 비롯한 삼국의 정통성을 엄연히 잇고 있다는 논리와 믿음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그래서 중국은 지난 수천 년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역사를 서술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 인터넷에는 역사 관련 고문서와 논문, 책이 수도 없이 많다. 감춰졌던 역사는 인터넷 시대에 광명을 찾고 있다.

또한 몇몇 강대국이 나서서 아무리 아우성을 친다고 해도 디지털 자료, 특히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인류 지식의 공동창고는 통제하고 삭제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중국 인민공화국이 중국을 통제하고 언론을 말살하고 인민들을 협박해도 사람들은 웹 문서와 동영상 등 디지털 기록을 통해 진실과 사실을 남기게 될 것이다. 몇몇의 뉴스나 통신사의 기사만이 아닌 개인 블로그나 웹페이지를 통해서 디지털 정보가 유통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역사는 승자만의 기록이 아닌 시대가 됐다. 몇몇 독재자들이 가짜뉴스라면서 진실을 숨기려 노력하지만, 디지털로 기록되는 역사 앞에서는 헛된 일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거짓말이 통할 것 같지만, 결국엔 진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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