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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협하는 잘못된 역사교육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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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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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 공인회계사회장

   
 

만주족이 다시 일어서던 17세기 동북아시아는 조선의 위기이자 기회였다. 조선 조정이 명분에 매달려 반청노선을 택한 대가로 수십만의 백성이 노예로 끌려가 비참하게 죽어갔다.

금나라(1115~1234)를 세워 한족 송나라를 신하로 거느리며 중원의 주인 노릇을 했던 만주족에게 머리 숙이는 것은 거부하고 한족 명나라와의 군신관계를 위해 목숨을 버린 인물을 열사로 추앙하도록 배웠다. 옳은 교육인가. 이민족에 대한 의리를 택해 백성에게 피맺힌 고난과 굴욕을 강요한 인물이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병자호란을 보는 역사 교육을 바꿔야 한다. `병자호란은 언제 일어났는가? 1)1636년 2)1627년 3)1592년….` 식으로 암기력 측정 문제나 풀면서 청나라가 나쁘고 조선은 선량해서 피해를 봤다는 식의 `도덕 코스프레 역사관`에서 벗어나 병자호란의 원인, 책임, 교훈에 관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전략적 사고에 능한 인재가 육성돼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

암기 위주 역사 교육에 익숙한 우등생들이 국가 요직에 앉아 국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이유는 미·북 갈등으로 인한 한반도 전쟁 가능성보다 `토론식 역사 교육을 통한 전략적 사고 훈련`을 받지 못한 우등생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언제부터인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운운`하는 가당치도 않은 얘기가 행정부 주변에서 나오고 있어 걱정된다. 군사력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쟁쟁한 국가지도자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꼬리를 내리는 것을 보고도 대등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도 외환위기가 오면 가장 확실한 위기 극복 수단은 미국과 통화스왑을 하는 길이다.

미군이 없어도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고 믿는 장군들이 있다. 킬체인이라 불리는 재래식 무기 선제 타격 방식으로 핵무기를 제압한다는 개념이 믿음의 근거라면 사병들이 웃을 일이다. 모든 핵무기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고, 파악한다 해도 단 한 번의 타격으로 100% 명중 파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첫 타격에서 핵탄두 하나만 놓쳐도 끝장인 단순한 게임도 이해하지 못한단 말인가. 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조력하는 합동작전의 실효성을 믿는 장군들이 있다. 정보 수집 능력과 파괴력이 월등한 미군이 합동작전을 주도하는 것이 군사학의 기초 아닌가. 청나라 기병부대가 조선 왕을 목표로 평야를 가로질러 쾌속 진격하는데도 산성을 지키고 있으라고 명령한 조선군 도원수의 환생을 보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 과정을 보면 달달 외워서 역사 공부 우등생이 된 인재풀 현실이 드러난다. 협상 포인트를 정리해 보자. 1)국민 정서상 대한민국에 1조원이 의미 있는 숫자라면 미국에는 10억달러가 의미 있는 숫자다. 2)아쉬운 자는 한국이지 미국이 아니다. 3)미국은 최강국이다. 답이 명료한데 왜 협상 과정이 지지부진하다가 1년 단위 합의에 그치고 곧바로 미국 측에서 증액 얘기가 나올까. 미국이 이미 세 번(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 1945년 얄타회담, 1950년 애치슨라인)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경시한 전력이 있는데도 `미국은 한반도를 결코 떠날 수 없다`는 미망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국군 지휘부는 스스로 국가안보를 책임진다는 이순신 정신이 `용맹한 돌격 정신`이 아니라 `치밀하고 정교한 계산에 입각한 과학적 전투 방식`임을 상기해야 한다. 자주국방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한 사람도 없지만 국방은 당위성 문제이기 전에 냉정한 현실이 앞서는 문제다.

콧대 높은 유럽 국가들 군대가 미군 장성이 지휘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소속돼 국방을 의지하고 있지만 자주를 부르짖지 않는다. `전쟁에서 이길 무력을 갖고 있는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이 미국 앞에서 당당한 게 멋있는 일이라고 착각하면 민족 고난의 길이 열릴 뿐이다. 병자호란에서 봤듯이 센 놈 대접을 소홀히 하면 센 놈이 얼마나 비정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될 시간만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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