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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駐日 대사가 할 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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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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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 도쿄 특파원

   
 

지난 9일 부임한 남관표 주일(駐日) 대사는 2004년이 외교관 인생의 전환점이다. 조약국 심의관이던 남 대사는 이 해 3월 '혁신'을 브랜드화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혁신 기획관으로 발탁됐다. 같은 해 11월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 나갔다. 당시 외교부를 뒤흔들었던 '동맹파와 자주파'의 논란에서 후자로 분류됐던 것이다. 여기서 13년 뒤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문재인 민정수석 비서관을 만났다. 1년간 '문 수석'을 모시고 일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류 세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이면서도 비교적 진보 성향을 보인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후 청와대를 떠나서도 외교관 남관표를 잊지 않았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은 남 대사를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에서 이름을 바꾼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했다. 그가 차관보급 이상의 외교부 요직을 맡았던 경험이 없었기에 정치권에서 "남관표가 누구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이었다.

일본 측은 문 대통령과 남 대사의 이런 오래된 인연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치 중심지인 나가타초(永田町)에서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남 대사가 부임 하루 만인 지난 10일 아키바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난 데 이어, 13일엔 고노 외상을 신속하게 면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르면 이달 중 마차를 타고 고쿄(일 왕궁)에 들어가 나루히토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내각의 한 관계자는 "남 대사는 어쨌든 문 대통령 측근 아니냐. 최소한 일본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전하는 역할은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1992년부터 2년 8개월간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경력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남 대사가 곧 실감하겠지만, 한국에 대한 도쿄의 공기(空氣)는 서울에서 전문을 통해 느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측은 이달 초 징용 피해자들이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에 착수하자 매일같이 대응 조치를 점검 중이다. 한·일 관계의 시한폭탄 시계 소리가 커지는데 우리 측에서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며 '제3자론'을 내세우는 데 대해선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다.

양국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남 대사가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을 잇달아 요직에 발탁한 것만 생각 해 국가안보실 2차장 때의 잘못된 정책만 고집하다가는 나중에 대통령이 더 큰 비판을 받게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 정부 출범 후 줄곧 취해 온 '혐일(嫌日) 외교'에서 벗어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아마도 남 대사의 첫 시험대는 다음 달 오사카 G20 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남 대사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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