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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시선으로 본 영화 ‘기생충’, 냄새와 선을 넘는 것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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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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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 심리상담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칸느영화제 최고대상을 수상해서가 아니어도 평소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쁜 한국방문 일정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관람을 했다. 결국 두번을 관람했으니 나름대로 팬심을 발휘한 셈이다.

봉감독이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불편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지만, 철저히 그의 의도대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대개 슬픈 영화, 잔인한 영화, 생각 많이 하게 되는 영화 등 감정소모가 많은 영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다. 굳이 돈 들여 시간내서 보는데 불편한 영화를 볼 이유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이 영화. 정말 훌륭하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세세한 스토리라인을 설명드리지는 않겠다. 다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가난한 자와 부자를 가르는 두 가지 구분인 ‘냄새’. 그리고 사람사이의 경계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다문화사회인 뉴질랜드에 사는 이민자로서 이 두가지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다.

냄새는 인종별로 문화별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젊었을 때 경험했다. 필자가 미군부대에서 군생활 할때 미군들로부터 ‘김치냄새’난다고 놀림을 받았을 때 ‘너희들에게는 젖은 닭냄새’ 난다고 맞받아쳤던 기억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철없는 20대들의 유치한 다툼이었다.

인종 특유의 체취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먹는 음식과 사는 방식 등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특유의 냄새를 가지게 된다. 한국인들은 몸에서 나는 냄새가 그리 강하지 않아 향수가 널리 사용되지 않지만, 백인들과 흑인들은 땀과 함께 발산되는 특유의 체취가 강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향수 (Deodorant)를 사용한다. 이것을 타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민자인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류문화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조심하는 것이 음식의 냄새가 아닐까 한다. 혹여나 집에서 조리하는 김치냄새, 된장냄새, 청국장 냄새가 밖으로 새 나갈까봐 걱정을 하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음식 냄새때문에 따로 조용한 곳에서 먹기도 한다. 이런 고민은 다른 인종에게도 비슷한 것 같다. 인도인들이 카레 음식을 조리할때 주방에서 하지 않고 게라지의 통풍 잘 되는 곳에 하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집을 팔때 인도 음식의 강한 향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냄새를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힘들다. 나의 삶의 체취가 그대로 베어 나오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건강과 타인을 위한 배려로 청결함을 유지한다면 나에게서 나는 냄새에 그리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까짓것 김치냄새, 된장냄새가 난들 어떠랴. 그게 나인데.

영화에서는 냄새와 더불어 또한 가난한 자와 부자를 나누는 보이지 않는‘선’이 자주 언급된다. 가난한 자들이 부자의 삶의 영역에 선을 넘어 침범하는 장면이 계속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서 인간관계에서 선을 잘 유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 한국인들이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은 다소 공격적이며 전면적이다. 선을 넘어야 친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면서 서로의 속내를 다 보여주고 난 후에, 또 집안의 숟가락이 몇개인지 알 정도로 서로를 알아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다보니 친구가 되면 맹렬히 사랑하고, 서로 헤어질 때는 철저히 원수가 된다. 한집 건너면 다 아는 좁은 이민사회에서는 더욱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 같다.

나의 영역과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며 선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까.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진정한 우정이기 때문이다.

굳이 상대방의 영역에 무리해서 들어가서 그의 모든 것을 다 알고 내 것을 다 보여 주어야만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 선을 유지하면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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