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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공화국 탈출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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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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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 /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미·소냉전 종식 - 소련 해체 공로자 / 고르비·레이건·문선명·솔제니친 / 탈북민 한원채씨 북·중 감방 수기 / 북한 노예체제 해체에 기여하길

   
 

미국과 소련의 강대강 대결인 냉전체제 종식과 철옹성 같던 소련의 붕괴엔 몇 명의 공로자가 있다. 소련 내부에선 개혁·개방 정책을 편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 밖에선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고 집요하게 해체를 밀어붙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타임스를 창간해 공산주의의 사상적 오류와 폐해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소련 군부 쿠데타를 온몸으로 저지한 이른바 옐친의 아이들을 길러낸 문선명 총재가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한 명 더 있다. 소련의 양심으로 불린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다. 포병 장교였던 솔제니친은 스탈린에 대한 사소한 불만 표출로 8년간의 강제수용소 수감과 3년간의 유배 끝에 작가로 거듭나 1962년 데뷔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부터 소련의 치부를 드러냈다. 공산당의 부정부패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암병동’은 국외에서 출판해야 했고, 강제수용소 실상을 폭로한 ‘수용소군도’로 급기야 미국으로 추방까지 당했다. 소련 붕괴 후 복권된 그는 2007년 귀국해 이듬해 고국에서 영면했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를 능가하는 북한 주민 한원채씨의 피눈물 밴 수기가 최근 출판됐다. 원제는 ‘광명을 찾아서: 나의 감방생활 수기’. 국내엔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 1급 설계원·보위부 비밀요원의 자유·인권·민주주의 향한 여정’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한씨는 국기훈장 5개, 발명권 3건, 신기술등록증 3장, 창의고안증 35장을 보유한 유능한 기계설계사였다. 국가의 비밀 사업에 동참하는 등 체제에도 충실한 인텔리였던 그는 왜 조국을 등졌을까.

한씨는 주민이 숱하게 굶어 죽어도 대안 없는 실패한 체제와 6·25 월남민 가족이라는 출신 성분의 멍에를 씌운 연좌제 굴레, 김일성 일가 세습독재에 불복하겠다는 반발심, 그리고 간호사와 교사로 각각 사회생활을 시작한 두 딸과 고등중학생인 외아들의 희망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탈북을 결심했다. 55세이던 한씨가 1998년 7월 다섯 가족을 이끌고 두만강을 건넌 이유다.

탈북자로 신분이 바뀐 한씨는 중국에서 거위·소·개 농장 막노동을 비롯해 온갖 잡일을 하며 연명했다. 가을엔 산열매와 약초를 채취했고, 겨울에는 산골 벌목장에 가서 힘들고 위험한 일도 했다. 다섯 가족이 농촌 마을을 찾아가 농작물 수확과 탈곡도 했고, 여기저기 공장을 찾아다니며 유해 노동도 마다 않고 해야만 했다.

한씨는 꿈이 있었다. 대한민국행이다. 베이징 한국대사관을 노크하고, KBS 한민족방송에 사연을 보냈으나 손길을 잡아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햇볕정책이라는 대북 유화정책을 내건 김대중정부가 북한 눈치 보느라 탈북자의 한국행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한국행에 번번이 실패만 하던 한씨에게 닥친 불행은 누군가의 신고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탈북 1년 만인 1999년 8월 체포된 한씨는 북송돼 3개월간 갖은 악형과 강제노동, 신문을 받다가 기적적인 탈출-체포-재탈출 등 잘 짜인 영화 같은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세 번째 재탈북에 성공한 한씨는 중국과 북한에서의 감옥 체험을 글로 썼다. 한씨는 수기를 일본 기자에 넘기고 한국행을 시도하던 중 다시 체포돼 세 번째 북송 이후 소식이 끊겼다. 고문사, 정치범수용소행 등 억측만 무성하다.

한씨의 탈출 과정은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킬 정도로 극적이다. 인간이지만, 하찮은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죄수 아닌 죄수들. 정치보위부원과 ‘선생님’으로 호칭되는 간수들은 이들을 보잘것없는 파리 목숨처럼 여기며, 수인 사이에서도 힘의 논리가 존재하여 온갖 폭력과 인격 살인이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 한씨는 이를 낱낱이 기록으로 남겼다. ‘수용소군도’가 악의 제국 소련 해체에 기여했듯이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이 인류 최악의 독재·반인권·전범국가 북한의 해체와 자유·민주 통일에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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