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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상징 DMZ에서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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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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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나 /수필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만났다. 그것도 분단의 상징 DMZ에서. 두 정상은 이미 두 번의 만남이 있었다. 2018년 6월12일 첫 번째 싱가포르에서의 만남, 2019년 2월28일의 하노이의 두 번째 만남. 첫 번째 만남은 좋은 성과를 거둬 마른 가슴에 희망을 안겨주었지만 하노이의 두 번째 만남을 ‘No Deal’로 끝냄으로써 평화를 갈망하는 한국 국민과 세계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도 사실이었다.

그 뒤 북미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들었고 한국정부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미국과 북한이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에 기분 좋게 화답하며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그렇다.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은 좁은 문이다. 그리고 멀고 험하다. 정전 66년, 분단의 세월이 70년 가까이 되었다. 그 분단의 세월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상과 이념을 접고 두 정상이 하루아침에 손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요 며칠 전 나는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내 친구와 매우 언짢은 말씨름을 한 적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정책을 빗대 나라를 통째로 김정은에게 갖다 바친다는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그것은 왜곡된 사실이라는 내 말에 친구는 지역감정까지 끌어들였다.

그 순간 나는 토할 것 같은 환멸을 느꼈다. 서로 잘 안다는 친구사이도 생각하는 바가 이렇게 다르거늘 하물며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극과 극의 대치 정국에서 다른 사상과 이념으로 살아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방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다만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 다른 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6월30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잡고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군사분계선을 넘어 몇 발짝 걸어갔다. 판문각 앞에서 멈춘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누고 되돌아서 남측으로 이동해 남측 자유의 집 앞에 섰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세 정상은 화기애애하게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그 모습은 남북미 정상회담처럼 보였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사전에 예고된 만남이 아닌 그러나 언제든지 서로가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 54분간의 두 정상의 만남, 얼마나 가슴 떨린 일인가. 이런 기막힌 연출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체제보장과 경제적인 제재 완화다. 이제 미국과 북한은 서로의 원하는 바를 모두 알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물론 아직도 ‘Top Down’인가 ‘Bottom Up’인가의 방식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스티브 비건 역시 동시적 병행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언급했다.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합의하지 않았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아름다운 조연 역할을 정말 잘 해냈다. 앞으로 너무 나서지 않고 그렇다고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않았으며 아주 적극적이면서도 공손히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한 아름다운 중재자의 역할을 확실히 해낸 주연 급이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다음 회담은 미국이 됐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고 제재가 풀려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남과 북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며 오순도순 오가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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