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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해외입양동포 권리, 국가가 찾아줘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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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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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성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44년 만에 딸을 만난 서안식(70ㆍ왼쪽)씨가 지난달 12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에서 1973년 미국으로 입양됐던 조미선(45ㆍ미국명 맬린 리터)씨를 만나며 얼굴을 맞대고 있다. 전주=뉴스1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외국으로 보낸 후 지금까지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는 수십만 우리 국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해외입양아와 이들의 2세ㆍ3세, 즉 해외입양동포에 대한 얘기다.

1958~2018년 통계에 따르면 1세대 해외입양아만 약 17만명이며, 요즘도 매년 약 400명이 해외로 보내진다. 통계가 없는 1945~1957년 기간에 3년 넘게 계속된 한국전쟁이 포함돼 있으니 해외입양아가 이보다 많을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해방 후 지금까지 해외로 보내진 우리 아이들이 20만명은 될 것이라 한다. 2세ㆍ3세까지 포함하면 해외입양동포가 50만명은 될 것이다.

지난 70년간 계속된 해외입양은 개인적 무책임의 집합으로 일축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전쟁, 국가적 빈곤, 5ㆍ18민주화운동….이런 요인들을 빼고는 한국의 대규모 해외입양을 설명할 수 없으니 결자해지라는 면에서도 이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마땅하다. 물론 정부의 해외입양관련 정책이 전혀 없는 게 아니고 언론에도 관련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런데도 국가 차원에서 해외입양동포를 모른 척한다는 주장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 예산을 보면 논쟁의 여지가 없다.

예산부터 보자. 한국은 신생아가 태어나 한국에 살면 출생 후 약 7년간 양육비를 지원하는데 이 예산만 연평균 1조원이다. 국내외 인도적 지원을 하는 대한적십자 예산이 연간 9,000억원이 넘고,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들을 돕는 한국국제협력단 예산도 연간 8,600억원이다. 그러나 한국이 해외입양동포를 위해 쓰는 예산은 연간 10억원 남짓이다. 예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해외입양동포에 대해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아무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친족 찾기 관련 제도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입양인의 최고 관심사는 친부모와 형제를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입양인은 입양 서류 자체가 부실해 예전에도 이것만으로는 친족 찾기가 어려웠다. 서류가 정확해도 친족이 이사했다면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경찰도 함부로 도와줄 수 없다. 이러니 친족 찾기는 사실상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다.

현실적 대안은 관계법을 고치거나 만들어 희망하는 입양인과 친족에 한해 ‘DNA은행’(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DNA은행을 활용할 수 있는 건 실종 등 범죄의 희생자, 치매 환자, 전사자의 친족 등을 찾을 때만이다. 자식을 자발적으로 입양시킨 친족이나 이렇게 입양된 입양인 본인은 이용할 수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보유한 기술ㆍ장비ㆍ인력으로 모든 입양인과 친족의 DNA를 검사ㆍ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입양인이나 친족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현행법 때문이다. 1인당 5만원을 약간 상회하는 DNA은행 이용료를 입양인이나 친족이 내면 정부의 예산 부담도 없고, 새 제도로 불이익을 받을 국민도 없다. 인권 침해 우려는 제도를 잘 만들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해외입양동포와 관계된 국적법도 개선돼야 한다. 해외입양이 자기 의사와 상관없는데도 입양아는 양부모 국적을 취득하면서 한국 국적을 잃는다. 해외입양이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강제하는 추방이자 국적 박탈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현행법상 해외입양인 1세는 한국 국적을 원할 경우 복수 국적을 가질 수 있으나, 2세ㆍ3세는 아예 복수 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인처럼 귀화를 통해서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부터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 감소 시대에 돌입한다. 우리와 혈연 관계가 없는 외국인의 한국 국적 취득을 보다 쉽게 하는 정책까지 검토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미 30만명에 앞으로 더 많아질 게 분명한 해외입양인 2세ㆍ3세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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