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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폭한응징’은 스스로 몰락하는 길
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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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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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 | 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우석대 석좌교수

   
 

일본 군국주의의 오만과 몰락을 상징하는 말에 ‘폭지응징’이 있다. 이 말은 ‘폭려지나응징’을 줄인 말로, 인도(人道)에서 벗어난 모질고 사나운 중국을 혼낸다는 뜻이다. 1937년 7월7일의 루거우차오 사건을 계기로 그해 8월15일 고노에 총리는 “포악한 중국을 상대 않겠다”고 내뱉고, 전면적 중국 침략전쟁을 시작했다. 일제는 만주 침략 후에 화북지방을 잠식하고 중국 조야의 열화와 같은 항의에 ‘적반하장’으로 ‘폭지응징’이라는 구호로 중국 멸시와 침략의식을 일본 국민에게 고취하여, ‘난징대학살’ ‘삼광(三光)작전’ 등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 일제의 광기는, ‘천황 숭배, 서양 모방, 아시아 멸시’로 군국주의를 세워 아시아를 침략한 명치국가의 본질에서 유래된다. 중국을 침략하고도, 그 책임을 중국에 뒤집어씌우는 강도의 논리가 ‘폭지응징’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폭한응징”이라는 말이 자주 뜬다. 2015년 ‘12·28 한·일 발표’에 의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체, 소녀상 건립, 자위대 레이더 조준, 징용공 배상의 대법 판결을 가지고, 한국에 국제법을 어겼다고 뒤집어씌워,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을 다지자면 일제가 양성한 박정희와 체결한 한일기본조약도, 그 딸 박근혜와 뒷거래를 한 ‘12·28 한·일 발표’도 민의를 억압하거나 속이고 일본 측의 요구에 영합한 결과이므로 도의적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억지로 차용증을 쓰게 해놓고 “법대로 갚아라”고 빚 추달하는 꼴이다. 아베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 통보는 일제의 안하무인 강도 본색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능멸은 문재인 정부 발족 당시부터 ‘친북좌익’ 정권이라고 적대시하고, ‘문 대통령 탄핵’을 제재 철회의 조건으로 거는 몰상식에 이르고 있다. 국민주권, 민주화, 남북 화해와 평화를 내걸고, 박근혜를 타도한 촛불민심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베의 증오는 광명을 두려워하는 저승사자처럼 악마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군국주의 해체를 맡은 미군이 냉전이 시작하자 A급 전범 석방, 자위대 창설, 군수산업 부활, ‘레드 퍼지’, 헌법 9조 무력화 등으로 방향을 틀고, 과거청산이 유실되는 가운데, 일제침략의 피해자인 조선, 중국, 오키나와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뿌리가 남았다.

일본은 군사·외교주권을 미국에 빼앗기고 대신 미군의 핵우산과 미·일 안보조약에 의한 주일미군의 무력에 보호받는 ‘평화국가’가 되었다. 당시 일본인들에게도 전쟁에서 겪은 고통의 기억과 반성이 남아 있었으며, ‘전범국가’에 대한 주위의 눈총도 있어서 일본열도에 갇힌 ‘단일민족국가’의 허상에 안주하고, 대외 파병의 야욕을 드러내지 못했다. 1990년대 냉전과 버블이 붕괴되어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면서 경제대국으로서의 자신 상실과 신자유주의의 압도 속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번진 ‘빈곤과 격차’로 증오범죄와 이웃 나라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우경화가 진행되었다. 먼저 납치 문제로 북한에 대한 거국적인 증오 캠페인이 시작되고, 중국의 대국화에 대한 질투와 공포로 이어지고, 일본군 합법화로 일제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아베 정권이 등장했다.

균형이 없는 선거제도 덕에 인구의 20~30%에 불과한 지지자 수에 걸맞지 않은 3분의 2 가까운 의석수를 차지한 아베의 10년 집권으로 일본 국민의 평화의식도 희박해지고, 이기주의적이고, 자고자대의 일본 민족주의가 고개를 쳐들었다.

이번 아베의 제재조치는 군국주의 청산을 못한 일본과 전쟁 후 해방된 동아시아 나라들의 미제의 과거청산을 둘러싼 역사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범죄의 청산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 승패는 정해진다. 절대 감정적으로 대처할 필요 없이 냉정하게 객관적 사실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역사의 정의와 필연성은 우리 편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일심단결하면 우리는 이긴다. 일본은 일찍이 멸망의 길을 걸었던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일본의 능멸에 대해서 무자각적으로 일본에 빠져든 기왕의 풍조를 자숙하는 것은 당연하나, 거짓과 조작으로 일본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아베와 일본 국민을 일체화시켜 볼 필요는 없으니,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나 관광 보이콧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청년학생 외교사절단을 모집해서, 양심적인 일본인들과 대담하게 교류하고 소통하며 한류 문화행사도 기획하고, 일본 사람에게 역사의 진실과 아시아 평화의 길을 설득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해방 후 친일파가 득세해 온 한국에서 국민주권을 무시하는 도전과 능멸을 당해도 그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돌리려는 매국적인 세력들이 있다. 이번 기회에 국민들 사이에 일본과 친일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공유하고, 촛불정신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남·북·미 회담에서 우리에게 얼마나 외교안보주권이 결여되어 있는가 알게 되었으며, 이번에는 경제주권의 부재가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국민주권, 국가주권, 경제주권을 제대로 세우고 민족주권을 확립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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