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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계산서’美조급, 中느긋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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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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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13차협상 앞둔 중국이 버티는 3가지 이유

   
 

2018년부터 시작된 12차례의 미·중 무역협상이 아무 결론 없이 헛바퀴만 돌고 있다. 그 사이 두 번의 정상회담과 차관급 실무협상이 있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세계의 패권국, 미국의 약화된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보복관세 인상을 통한 무역압력, 화웨이 제재를 통한 기술압력,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한 금융압력 그리고 최근에는 신장위구르 사태를 이유로 28개 중국기관과 기업을 제재하면서 인권문제까지 들고 나왔지만 중국을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버티기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한방에 때려눕힐 결정적 '신(神)의 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무역전쟁에서 보복관세 인상에도 중국이 버티는 이유는 월마트에 답이 있다. 월마트 제품의 46%가 중국산인 판에 3억2000만명의 거대한 인구가 쓰는 일상용품을 전 세계 최저가로 공급할 나라가 중국 외에 있다면 보복관세는 유효한 수단이지만 없다면 제 발등 찍기다. 이미 미국 경제지의 기자 출신이었던 사라 본지오르니가 '중국산 제품 쓰지 않고 살아 보기' 실험에서 결국 실패했다며 2007년에 쓴 책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 보기>에 답이 있었다.

지금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최대 소비국이고 미국 반도체 회사들은 적게는 20%, 많게는 90% 매출을 중국에 의존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금수조치는 당장은 속시원할지 몰라도 중국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는 미국 반도체회사와 스마트폰을 중국에서 OEM 생산해서 오는 애플 같은 IT기업은 낭패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잘 안 풀리자 중국을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중국은 환율 절상은커녕 오히려 절하했지만 미국은 손 놓고 있다.

이유는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상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강제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양국이 환율에 대해 협상한다는 것이 전부다. 2015년에 제정된 교역촉진법에 의한 환율조작국은 지정 당하면 4가지 제재를 할 수 있지만, 이는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지정가능한데 중국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선 앞둔 트럼프, 무역전쟁을 '콩 전쟁'으로 전락시켜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콩 수입을 늘리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지만,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를 하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하자 콩 수입 중단을 시사하는 조치를 했다. 왜 하필 콩이 미·중의 무역전쟁에서 핫이슈가 되었을까? 바로 '표심'에 목숨 건 미국의 선거와 콩기름을 사용하는 중국의 식습관 때문이다

오사카 정상회담 이후 미·중의 전쟁은 표면상으로는 빅딜이지만 내용을 보면 '표심'에 목숨 건 '콩 전쟁'의 형국이다. 13차 협상을 앞둔 실무회담에서도 농산품이 가장 핫한 이슈였다. 바둑은 이번 판에 지면 다음 판에 이기면 되지만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다음이 없다. 큰소리 뻥뻥 치지만 '콩 전쟁'에서 보면,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초조함이 감지된다.

트럼프의 지지기반은 농업·자동차·석유·방산벨트 지역인데, 트럼프 집권 이후 자동차·석유·방산은 호기를 잡았지만 농산품은 미·중의 무역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은 연간 8000만~9000만t의 콩을 수입하는데 이 중 미국산 비중이 30-40%였다. 2018년에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콩 수입을 59%나 줄이자 트럼프의 지지기반인 농업벨트의 표 날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역대 미국의 선거를 보면 11개 부동표 지역인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의 표가 당락을 결정지었는데, 이 중 농업벨트 지역이 4곳 이상 포함되어 있다. 지지율 하락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입장에서는 당장 중국과의 협상테이블에서 농산품 수입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고 이를 눈치 챈 중국이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대중국 압박카드를 쏟아내고 있지만, 중국은 쉽게 굴복할 태세가 아니다. 13차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빅딜'을 얘기하지만, 중국은 '스몰딜'을 제시하면서 김 빼기를 하고 있다. 중국은 13차 회담의 의제에서 산업개혁과 보조금 문제는 아예 의제에서 제외하고 지재권 문제도 법률 제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흘리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고, 초조하면 지는 것이다. 미·중의 무역전쟁에서 최근 3개월간의 상황을 보면 미국이 조급해하고, 중국이 미국의 간보기를 하는 형국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선거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산업 구조적인 문제로 단기간에 해결이 불가능하고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역대 10명의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0분기 시점의 지지율을 보면 트럼프 지지율은 카터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최저다. 10명의 대통령의 10분기 시점 지지율 평균이 54%인데 트럼프는 4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지지율도 7월 이후 계속 하락세이다.

힐러리와의 경쟁에서, 선거에는 졌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긴 트럼프에 대해 이번에도 지지율은 낮지만 최종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얘기하는 이도 있지만, 미국의 대통령 당선의 역사를 보면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역대 45명의 대통령 중에서 선거에서는 졌지만 선거인단투표에서 당선된 '운 좋은 대통령'은 총 5명인데 이 중 1900년 이전인 1824년 애덤스, 1876년 헤이즈, 1888년 해리슨 대통령 3명이고 2000년 이후에 2000년 조지 부시 대통령과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단 2명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당선된 대통령이 같은 식으로 또 대선에서 이긴 경우는 없다.

미국의 결정적 한방이 없는 미·중 간의 전쟁, 지금 미국은 '싸움 걸기는 쉬워도 끝내기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구조적 무역불균형과 선거를 앞둔 트럼프 지지율 그리고 경기 하강기에 들어선 미국경제를 보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말이 생각난다.

미·중의 전쟁, 길고 오래갈 싸움이다. 미·중의 13차 협상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아 보인다. 미·중의 단기적인 협상결과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고, 미·중의 힘의 역학구조를 잘 보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스탠스를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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