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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사라진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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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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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성 / 논설위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4년 개혁을 하면서 의미 있는 두 가지 경험을 했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개혁이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는 주민의 확실한 과반수가 ‘이 나라는 개혁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혁이 직접적으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면 개혁 의지는 개혁 거부로 돌변한다. 그리고 개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한다. 당장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은 기다리지 않고 개혁에 대해 곧바로 단죄해 버린다.”

슈뢰더는 좌파 계열인 독일사회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리직을 맡았다. 그는 ‘좌파 속의 우파’를 외치며 이른바 ‘제3의 길’을 표방했다. 그가 취임할 당시 독일 경제는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슈뢰더는 2004년 개혁안 ‘어젠다 2010’을 내놓았다. 경직된 노동시장, 관대한 사회복지제도, 높은 조세부담 등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는 지지세력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했다. 노조에서는 ‘사회적 부적응 자폭꾼’이라는 인신공격성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리고 개혁 방안이 ‘비열하며 인간 존엄에 위배된다’면서, 사민당에 ‘어젠다 2010’을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개혁안을 ‘똥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슈뢰더는 개혁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알리는 설득 작업에 나섰다. 연방 경호팀이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불참을 권고한 노조 집회에도 나갔다. 비판세력을 피하기보다 정면돌파를 택했다. 당장 넘어야 할 산은 당내 반발이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사민당 지역별 콘퍼런스에 참석해 호소했다.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마침내 전당대회에 이어 법 제정의 문턱도 넘었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고집스럽게 설득에 나선 결과였다. 이후 독일 경제는 부진을 털고 ‘유럽의 견인차’로 탈바꿈했다. 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5년 “독일이 다시 부흥하게 된 출발점은 슈뢰더의 개혁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해에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개혁에 나섰다가 큰 시련을 겪었다. 마크롱은 거센 반발에 퇴진 상황으로까지 몰리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크롱의 거품이 마침내 터졌다’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자신이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사과해야 했다. 그러나 개혁의 포기에는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승부수를 띄웠다. 2개월간의 ‘대화(對話) 장정’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타운홀 미팅 형태로 대국민 토론회를 진행했다. 노란조끼 시위에서 불거진 국민 불만을 더 많이 듣겠다고 나섰다. 전국을 돌며 국민을 설득했다. 대통령이 직접 등장해 주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도 했다. ‘서로가 주장을 강하게 얘기했지만 분노와 증오 같은 것은 없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그는 불통의 이미지를 소통으로 바꾸었다. 개혁도 성과로 이어졌다. 프랑스는 지난 2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8.5%)을 기록했고 경제성장률도 독일을 추월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프랑스는 노동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자 연금·교육 등으로 개혁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반환점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약속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8%,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2%였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소통 잘함·국민공감 노력’과 ‘대북정책·안보’가 13%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난주 조사에서는 각각 44%, 47%로 부정이 긍정을 앞질렀다. 긍정평가 이유는 ‘외교’ ‘검찰개혁’ ‘열심히 한다’ 등이었지만 ‘소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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