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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져 가는 미국의 정체성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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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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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 논설위원

   
 

베이비붐 세대, X 세대, Y 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Z 세대. 미국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한동안 빼놓을 수 없던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였다. 전후인 1946년에서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미국의 각 연령그룹 중 최대그룹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 뒤를 잇는 세대가 X 세대다. 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로 이미 중년이 됐다. 미국의 젊은 세대 하면 얼마 전까지는 80년대에서 90년도 중반 사이 태생의 밀레니얼 세대가 그 대명사로 통했다. 요즘은 그 다음 세대가 10대 후반을 넘기면서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합쳐 젊은 세대로 불린다. 18~34세 연령그룹이 바로 그들이다.

오늘날의 미국의 젊은 세대는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까. 핵가족, 하나님(God), 그리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 미국인의 정체성을 떠받히고 있는 ‘성삼위일체’로 불린다.
이 세대는 전 세대에 비해 이 가치들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98년 월 스트리트 저널/NBC 공동조사에 따르면 당시 젊은 세대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근로윤리, 애국심, 신앙, 자녀 갖기 등을 열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는 자녀 갖기, 즉 가족이란 가치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10% 포인트, 애국심과 신앙이 중요하다는 반응은 20% 포인트 이상 각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족도, 애국심도, 하나님과의 관계도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내보이고 있는 의식세계다.

무엇을 반영하고 있나. 미국인의 정체성이 중요한 진화과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대-기독교 전통의 신앙의 심각한 부식의 결과로 보여 진다는 것이 뒤따르는 진단이다.

이슬람, 불교, 힌두교- 미국인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종교들이다. 이 세 종교의 미국인 신자의 1/3 이상을 30세 이하 연령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철저한 무신론자로 자처하는 젊은이는 16%에 이른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6%에 비해 3배 가까이 는 수치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젊은 세대의 대략적인 ‘영적 지도’다. 서구사회 전통의 ‘유대-기독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미국사회’- 이는 ‘점차 희미한 옛 그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정치든, 종교든 ‘제도권’ 안에 있는 것은 무조건 거부하는 경향이다. 기득권층, 혹은 미국의 전통적 제도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고 할까. 하여튼 극도의 회의적 시각으로 미국사회 전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젊은 세대인 것이다.

무엇이 기존제도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신을 불러왔나. 월스트리트의 붕괴, 그리고 뒤따른 격랑의 세월, 다시 말해 미국의 엘리트 계층의 대실패와 위선이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화적 마르크시즘(Cultural Marxism)이 만연한 세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왜 요즘의 젊은 세대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거부하고 있나. 이에 대한 또 다른 일각에서의 진단이다.

사회주의 혁명은 프롤레타리아계급에 의해 이루어진 적이 없다. 총칼의 위협 하에 이루어졌다.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의 역사적 필연성을 주장한 칼 마르크스의 이론은 허구다. 전통적 마르크시즘에 쏟아지는 비판이다.

그 비판을 딛고 일어선 것이 네오마르크스주의, 혹은 문화적 마르크시스트로 불리는 신좌파사상가들이다. 사회주의가 성공하려면 기존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문화지배가 정치지배에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들이 내 건 새로운 전략이다.

이들에 따르면 기존의 문화지배세력인 자본계급은 전통적 결혼 같은 제도마저 압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거다.

다른 말이 아니다. 여성은 물론이고 인종적 소수, 이민그룹, 이슬람교도 등의 집단은 미국사회에서 모두 자본계급 압제의 피해자라는 것. 이런 주장과 함께 문화지배 목적달성을 위해 서방사회의 전통적 제도, 구체적으로 말해 대학에서, 언론, 출판계, 영화계, 그리고 교회와 가정까지 모든 제도를 그들은 공격통로이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파괴대상 어젠다는 날로 확장되고 있다. 가정생활에서 부모의 고유 역할이 부인된다. 어린이에 대한 성교육, 심지어 동성애 성교육도 강요된다. 남성은 압제자, 여성은 피해자로 단순화한 공격적 페미니즘 고취, ‘각양의 억압 받는 계층 지원’을 명목으로 한 무제한적인 국가재정 지출 등을 요구하며 시도 때도 없이 문화전쟁(Cultural War)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운동의 한 가지 전형적 본보기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이다. 모든 사상의 도그마를 배격한다면서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해 강제적 준칙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PC다. ‘정치적 올바름’란 미명 하에 다수가 소수, 그것도 극소수의 역겨운 행위를 용납해야 한다. 동시에 금지어와 금지된 견해들은 늘어만 간다.(크리스마스시즌에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을 못 쓰게 하는 게 바로 그 한 예)

‘그들’과 ‘우리’- ‘압제자’와 ‘피해자’로 사회 내부를 모두 편을 갈라 싸우도록 한다고 할까.

그런 교육의 결과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미국적 전통, 다시 말해 유대-기독교 가치관에 극도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젊은 세대 유권자는 전체 미국 유권자의 37%에 이른다. 그리고 그들의 절대다수(58%)가 사회주의에 호의적이다.

미국사회를 극도의 불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미레니얼 세대와 Z 세대. 다가오고 있는 2020년 대선에서 이들은 어떤 변화를 몰아올까.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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