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국내용’펀드로 전락

한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재외동포 전용펀드’가 미국 등 해외 현지 판매가 불가능해짐으로써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외동포 달러 자금을 한국내로 들여오는 재외동포 전용펀드 도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국 등 해외 현지에서 직접 동포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펀드의 신규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게 됐다. 특히 해외 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미국의 경우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재외동포 전용펀드는 국내 설정 펀드인 탓에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판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금융당국은 어떤 역외펀드라도 등록만 하면 대부분 받아주는 한국과 달리 펀드 운용사에 대한 직접 검사권을 보장해야 하는 등 허가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재외동포 전용펀드의 미국 현지 판매는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재외동포 전용펀드를 한국 내에서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재외동포 역시 금융실명제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재외동포 전용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선 한국에 들어가 실명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외동포들로서는 상당한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재외동포 전용펀드 상품을 준비 중인 신한BNP파리바자산도 해외 현지에서 직접 자금을 모집하는 게 아닌, 한국 내에 유입된 동포 자금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 전용펀드에 투자하는 재외 동포에게 세금 우대를 하는 선에서 전용펀드 구상을 마무리 지었다. 판매 지역도 한국내로 한정된다.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재외동포 전용펀드에 돈을 넣은 재외 동포는 2012년까지 투자액 1억 원까지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15.4%)을 면제받는다. 1억 원 초과분은 5%의 세금이 매겨진다.

[ 출처 : 뉴욕 중앙일보=권택준 기자 / 09.6.18 ]